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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원 코치, 어머니 영전에 바친 우승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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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원 코치, 어머니 영전에 바친 우승컵

입력
2013.03.1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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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과 얼싸 안은 전주원 우리은행 코치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팀을 꼴찌에서 7년 만의 통합 우승으로 이끈 기쁨, 개인적으로 신한은행 시절부터 통합 7연패의 영광. 하지만 그보다 가슴을 후벼 판 건 전날 하늘로 보낸 어머니 고(故) 천숙자씨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 때문이었다.

우리은행이 7년 만에 여자 농구 최강자의 자리를 탈환했다. 우리은행은 19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DB금융그룹 2012~13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삼성생명을 66-53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시리즈(5전3선승제) 전적 3연승을 거둔 우리은행은 2006년 겨울리그 이후 7년 만에 챔피언에 올랐다. 2003년 여름리그와 겨울리그, 2005년 겨울리그, 2006년 겨울리그에 이어 통산 다섯 번째 우승컵을 거머쥔 우리은행은 삼성생명과 함께 역대 최다 우승 2위 팀으로 우뚝 섰다. 1위는 신한은행의 7차례. 우리은행의 통합 우승은 네 번째다.

우리은행과 전 코치에게는 영원히 잊지 못할 날이었다. 홈에서 2승을 거두며 우승의 부푼 꿈에 젖어 있던 전 코치가 비보를 접한 건 지난 18일 오전. 17일 춘천에서 열린 2차전까지 딸을 응원하던 어머니는 이날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과 작별했다. 전 코치를 비롯한 우리은행 선수들은 우승에 1승을 남겨 놓고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18일 내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빈소에서 문상객을 맞던 전 코치는 그러나 이날 3차전 출전을 강행했다. 경기 직전 위성우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벤치를 지키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충혈된 눈으로 나타난 전 코치는 슬픔을 억누르고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선수들을 독려했다. 위 감독을 비롯해 왼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고 뛴 우리은행 선수단은 경기 직후 헹가래만 한 채 세리머니, 축하연을 모두 생략하고 전 코치와 함께 빈소로 향해 우승컵을 바치고 애도했다.

큰 경기 경험 부족은 기우였다. 1차전과 2차전에서 예상을 깬 완승을 거둔 우리은행.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나선 이날도 1쿼터부터 삼성생명을 압박한 끝에 낙승을 거뒀다. 14점과 7리바운드를 기록한 임영희는 기자단 투표 결과 69표 중 65표를 얻어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이날 우승은 '초보' 위 감독의 힘도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은행에게 지난 5시즌은 치욕이었다. 최근 4시즌 연속 꼴찌. 2006년 겨울리그 우승 이후엔 코트 밖에서도 갖가지 구설수에 시달리며 한 없이 추락했다. 하지만 초보 사령탑 위 감독과 전 코치가 부임한 우리은행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옥 훈련'으로 악명 높은 위 감독의 조련을 거친 선수들은 패배 의식을 지우기 시작했고, 최고로 꼽히는 외국인 선수 티나 톰슨까지 '복덩이'로 굴러 들어 왔다. 임영희와 양지희, 박혜진, 배혜윤, 이승아로 이어지는 토종 선수들의 기량과 호흡도 나날이 업그레이드됐다.

반전 드라마의 주연으로 우뚝 선 위 감독은 "통합 우승으로 마침표를 찍어 감격스럽고,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용인=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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