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장 자리가 빈 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더욱이 소장 대행을 맡고 있는 송두환 헌법재판관의 6년 임기가 22일 끝남에 따라 이후 헌재는 사상 초유의 '7인 재판관' 체제에 들어가야 한다. 당장 오늘 후임 재판관과 소장을 지명하더라도 각각 국회 청문회나 임명동의 절차가 남아 있어 당분간 피할 수 없다.
사태의 심각성은 헌법기관이 제대로 모양을 갖추지 못한 외형상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당장 지난달 정기 선고에서 헌재가 단 한 건의 위헌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 위헌 결정에 필요한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8인 재판관 체제에서도 그랬는데 7인 재판관 체제라면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 내용으로는 분명히 위헌이나 헌법 불합치 결정이라고 볼 만하더라도 재판관 2명만 의견을 달리하면 어쩔 수 없이 '합헌'에 그친다. 이런 사실상의 식물 상태에서는 헌재가 국민의 권리 등 헌법적 가치를 제대로 지켜내기 어렵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한 이유는 여럿이다. 우선은 1월 21일 퇴임한 이강국 소장의 후임으로 이동흡 후보자가 지명됐으나 국회 청문회 및 임명동의 절차를 넘기지 못하고 장기간 머뭇거리다가 지난달 13일 최종 사퇴했다. 국회 분위기와 정권 교체기의 특성이 맞물려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 누구도 적극적으로 새 후보 지명 의욕을 보이지 못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로는 정부조직 개편이 늦어지면서 청와대나 정치권이 온통 그 문제에 매달려야 했다. 이를 두고 정부여당과 야당 사이에 은근히 '네 탓' 논쟁이 싹트고 있지만, 결국 박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점은 명확하다.
문제는 이미 엎질러진 물인 헌재의 7인 재판관 체제를 얼마나 빨리 해소할 수 있느냐이다. 발 빠르게 움직이되 역량과 도덕성을 겸비한 헌재 소장 및 재판관 후보자를 제대로 고르는 청와대의 의지와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야당도 정부조직 논쟁에서 두드러졌던 정치공방 자세에서 벗어나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에 대한 집중적 검증으로 시간 단축에 기여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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