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는 문자 그대로 하늘(天)에 닿을(摩)만큼 드높은 누각(樓閣)이다. 하늘을 긁어댈 정도로 높은 빌딩을 뜻하는 영어단어 'skyscraper'의 한역(漢譯)이다. 처음 이 명칭이 붙여진 건물은 높이가 고작 60m 밖에 안 되는 10층짜리였다. 1885년 미 시카고에 세워진 홈인슈어런스 빌딩이 그것이다. 요즘의 흔한 아파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높이다. 지금은 보통 최소 220m 높이에 50층 이상은 돼야 마천루 이름에 걸맞은 초고층빌딩으로 분류된다.
■ 아마 인류 역사상 최초의 마천루는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바벨탑일 것이다. 기원전 3,000년쯤 지금의 이라크 지역에 모여 살던 노아의 자손들이 하늘에 닿을 탑을 쌓았다는 것이다. 혹시 또 있을 대홍수 심판에 대비해 피난처로 만들었다는 추정도 있다. 현대 고고학자들의 관련자료 분석을 통해 높이는 대략 90m 정도로 알려져 있다. 몇 백 년이 지나 높이 150m 가까운 이집트 대피라미드가 출현하기 전까지는 단연 세계최고의 건축물이었다.
■ 현대적 의미의 첫 마천루는 1930년 뉴욕에 세워진 크라이슬러 빌딩과 이듬해 완공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다. 둘 다 300m가 넘는 높이로 건축사의 기념비적 작품이 됐다. 수학, 공학, 역학의 비약적 발달과 함께 마천루시대를 연 또 다른 공로자는 엘리베이터였다. 1800년대 후반 유압기술과 추락방지장치, 강력 와이어 등의 개발로 엘리베이터의 안정성이 확보되면서 빌딩들은 비로소 지상 5층의 오랜 한계를 벗어나 하늘로 치솟기 시작했다.
■ 초고층 랜드마크빌딩 건립을 포함한 용산개발계획이 좌초위기에 몰리면서 '마천루의 저주'가 회자되고 있다. 세계 어디서든 초고층빌딩이 건립, 추진된 곳마다 거의 예외 없이 경제적 후유증과 불운이 뒤따랐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마천루야말로 인간 이성에 대한 전적인 신뢰로, 턱없는 오만이 하늘을 찌르던 철 지난 모더니즘시대의 대표적 상징물이 아니던가. 인간의 자만과 탐욕이 끝내 하늘의 진노를 불렀던 바벨탑의 경고가 왠지 새삼스레 겹쳐 떠오르는 까닭이다.
이준희 논설실장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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