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의 현금 보유고가 1,600조원을 돌파,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 기업들이 지난해 말 기준 1조4,500억달러(약 1,607조원)의 현금을 보유했다고 보도했다. 전년 대비 10% 증가한 규모다.
현금 보유액 상승의 주역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1,370억달러의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애플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화이자 시스코 등 현금 보유 상위 5개 기업 중 화이자를 뺀 4곳이 IT 기업이다. 지난 3년 간 미국 기업들의 현금이 10달러 증가할 때 그 중 6달러는 IT 업계에서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현금 보유가 급증한 데는 미국 기업들이 살인적인 세금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본국으로 송금하지 않은 점도 작용한다고 무디스는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 중 58%인 8,400억달러는 해외에 있다. 이 돈을 미국으로 들여오려면 법인세 35%를 물어야 한다.
기업들의 두둑한 현금 보유고는 기업의 위기대응 능력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무디스는 “현금이 많다는 건 그만큼 부채가 적고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라며 “시장이 불안정할 때 유리한 조건으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늘어난 현금을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이익을 위해 쓰지 않는다는 비판도 많다. 특히 연말까지 현금 보유액 1,7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애플은 주주들의 보상 요구가 거세지면서 올해 내 추가 배당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전했다.
무디스는 “경기침체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올해 말에는 현금 규모가 1조7,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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