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대학에서 1,004억원의 교비를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홍복학원 설립자 이홍하(75)씨의 보석허가를 둘러싸고 19일 법원과 검찰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은 이씨의 병세가 호전된 만큼 재구속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반면 재판부는 구속 여부가 유·무죄 결과와는 무관하다고 맞섰다.
이날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1형사부(부장 강화석)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검찰은 이씨가 심장 스텐스 삽입 시술 등 질병을 이유로 풀려났으나 이씨의 주치의 소견을 보면 현재 건강 상태가 구속을 취소할 정도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해당 치료가 다 끝났고 이씨가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물은 영양제, 수면제, 두통약 등으로 입원 치료를 요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해당 대학생들이 피고인의 엄벌을 요구하고 있고 사건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씨를 재구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재판부는 "피고인 신병에 다양한 의견과 비판이 있다는 것을 재판부가 알고 있으며 사회적 관심이 큰 것도 잘 안다"며 "그러나 불구속 재판은 무죄고 구속 재판은 유죄가 되는 것이 아닌 만큼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부는 "검찰에서 보석허가 취소청구를 상급심에 항고해 놓은 상태로 보석허가 자체가 적절했는지 여부는 상급심 판단에 따를 것"이라며 "여러 사정을 고려해 조만간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 이씨는 이날 면도를 하지 않은 듯 덮수룩한 수염에 초췌한 환자복 차림의 모습을 드러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이씨는 지인 4~5명의 호위를 받으며 수액팩이 달린 휠체어를 탄 채 법정에 출석했다.
이씨의 행동에 대해 시민단체와 학생들은 "보석허가 취소를 피하려는 의도된 계략"이라며 "재판부는 즉각 이씨의 보석을 취소하고 재수감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씨는 서남대, 신경대, 광양한려대, 광양보건대 등 4개 대학을 설립·운영하는 과정에서 2007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교비 등 총 1004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됐다.
하지만 법원은 질병을 이유로 지난달 6일 이씨를 풀어주자 이에 반발한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일주일 뒤 보석허가 취소를 청구했고 이에 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자 지난 8일 광주고법에 항고했다. 이씨에 대한 재판은 내달 3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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