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얘기해서 성폭력 범죄자의 얼굴을 그려 보세요."
19일 경기 용인시의 신리초등학교 6학년 1반의 6교시 '창의적 체험 활동' 수업은 보건실에서 진행됐다. 김현주(42) 보건교사의 말에 30명의 아이들이 6명씩 5조로 나뉘어 재잘재잘 의견을 모아 보드마카로 성폭력범의 얼굴을 상상해 그렸다. 아이들이 그린 성폭력범은 밝게 웃고 있거나 평범한 인상이었다. 김 교사는 그림을 모아 전체 아이들에게 보여 주며 "성폭력범을 마스크를 쓰고 있거나 칼을 소지하는 등 험상궂게 그린 1~2학년 동생들과 달리 여러분은 외모만으로 성폭력범을 알아낼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네요"라고 말했다.
김 교사가 진행한 이날 수업은 이달 말 전국 초등학교에 배포될 성폭력 예방 교재의 표준 교수 지도안을 선보이기 위한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 법무부,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개발한 이 교재는 차량 납치, 지인에 의한 성폭력 등 실제 상황에 초점을 맞춰 대처법을 소개한다. 올해부터 초중고교의 성교육 수업은 연간 15시간으로 5시간 늘어나고, 이 중 성폭력 관련 수업 3시간이 의무적으로 포함된다.
아이들은 엄마 친구라며 집 문을 열어달라는 경우, 학원 선생님이 내 몸을 만지려고 하는 경우, 옆집 아저씨가 강아지나 게임기를 보여 준다며 같이 가자고 하는 경우 등의 상황을 가정해 조별 상황극을 발표했다. 손가락에 인형을 끼고 역할극을 벌인 학생들은 "제가 지금 배가 아파서 나중에 보러 갈게요", "어머니께 전화 걸어 봐도 되나요?"라고 대응했고 친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김 교사는 상황극이 끝난 후 아는 사람이 부담스러우면 싫다는 의사표시를 확실하게 하고, 낯선 이의 행위에 대해서는 부모님께 여쭤보고 행동하라는 원칙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조예준(12) 학생은 "5학년 때 배운 것보다 여러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세히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윤지(12) 학생도 "연극도 하고 친구들과 토의하면서 모르는 사람이나 낯선 사람을 믿지 말고 행동해야 하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아이들에게 성폭력 예방 영상 등을 보여주거나 대처 방안을 가르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상황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콘텐츠가 교재에 담겨 있다"며 "성폭력 대처법을 의논하고 상황극을 통해 익힐 경우 실제 상황이 닥쳤을 때 대응을 잘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교당 1명 꼴인 보건교사의 수가 늘어나야 수업이 더 체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과부는 교수ㆍ학습 자료를 학교폭력 예방사이트(www.stopbullying.or.kr)에 게재하고,중ㆍ고교용 자료는 하반기에 개발할 예정이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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