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 마포, 서대문구 등 서울 서부권 일대에서 여성 9명을 성폭행한 일명 '서부 발바리'가 첫 범행 후 10년여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새벽 시간 다세대 주택 등에 침입, 여성들을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박모(55)씨를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2002년 10월 서울 마포구 성산동 주택의 방범창을 뜯고 들어가 잠자던 여성을 협박,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는 등 올 1월까지 10년 3개월에 걸쳐 같은 수법으로 여성 9명을 성폭행하고 980여만원을 빼앗은 혐의다. 또 2011년 10월부터 이달 4일까지 16차례에 걸쳐 가스관을 타고 올라가 베란다 창문을 따는 수법으로 현금ㆍ귀금속 등 4,6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2월에 발생한 절도 미수 사건을 수사하면서 CCTV 영상에 포착된 박씨의 집을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 1월에 발생한 성폭행 피해자가 진술한 국방색 털모자를 발견하면서 성폭행 전모가 드러났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박씨의 DNA 감정을 의뢰한 결과, 10년 동안이나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8건의 성폭행 사건 용의자의 DNA와 일치하자 박씨를 추궁해 범행을 자백 받았다.
박씨는 절도 전과만 10범에 달하는 상습범이었지만 성폭행 전과가 없었고 2010년 7월 'DNA신원확인정보의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 이전에 출소한 탓에 수사 당국에서 박씨의 DNA 자료를 갖고 있지 않아 그간 경찰 수사망에 포착되지 않았다.
경찰관계자는 "박씨는 서울 서부권 일대에서 빌라 등을 건축했던 경험이 있어 CCTV 위치 등 주변 지리와 건물 구조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며 "건축업을 해서 모은 돈으로 생활에 어려움은 없었지만 절도를 할 때마다 희열을 느껴 자기도 모르게 범행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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