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초등학교 5학년 음악 교과서에 그들의'통해야'가 수록됐다. 북의 엇박자 리듬을 타고 피리와 기타가 들어가 흥겨움의 극으로 몰고 간다. 얼핏 한국적 장단 같지만 주제 선율과 변주는 서구적이다. 타악 그룹 공명의 월드 뮤직이다. 3월 29~5월 19일 대학로예술극장 3관에서 펼쳐질'With Sea'공연을 앞두고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지하 연습실은 잠들지 못한다.
런던올림픽 개막 공연ㆍ한국 칠레 수교 50주년 기념 공연ㆍ미주 지역 순회 무대(2012년), 한중일 관광 장관 회의 초청 연주(2011년)등 2004년 결성 이래 쉼 없이 가져온 대형 행사보다 더 야문 자리다. "상업화된 공간, 대학로에서 1회성 공연은 몇 번 있었지만 우리의 진지한 공연을 장기간 올리는 것은 처음입니다." 2010년 가졌던 첫 공연 'With Sun'에 운을 맞춘 셈이다. 리더 박승원(40ㆍ피리, 기타, 태평소, 창)이 말했다. 오는 11월 독일 부퍼탈의 피나바우슈 공연예술학교에서 갖게 될 무대의 성패를 가늠하는 의미도 있다.
"모두 서울이 고향이지만 바다 낚시를 인연으로 친해졌어요. 바다를 주제로 한 무대에 합의하고 전남 여수 앞의 외딴섬 연도에서 캠핑하며 작업한 결과예요."시프린스호 기름 유출 사고를 잊지 못하는 몽돌이 말을 걸어오는 해변에서 송경근(40ㆍ대금, 디저리두), 강선일(40ㆍ양금), 임용주(33ㆍ한국ㆍ아프리카 타악) 등 4명은 '대륙의 끝' 등 7곡을 지었다.
3대의 전자 장고가 전면에 나서는 '소리도'는 이들 월드뮤직의 현재를 인상적으로 펼친다. 가야금에 샘플링한 전자 장고의 장단에 파도 소리를 닮은 화이트 노이즈를 배경으로 깐 '심해'는 21세기의 선경을 펼친다. 심층에 흐르는 국악적 장단을 한국인이라면 느낀다. 서울대 디자인학부 김수정 교수의 시각 미술 작업까지 가세하니 현대판 시서화의 경지다.
00학번인 임용주를 제외하면 모두 추계예대 93학번 동기. 결성 16년차인 이들의 전사(前史)는 1997년 교내 연주회 첫 곡 제목인 '공명'에서 시작된다. "슬기둥, 푸리 등 선배들의 창작 활동에 자극 받았죠." 대(竹)를 화두로 잡았다. 3옥타브의 대나무 타악기 개발을 목표로 담양산 대를 1톤 트럭째 구입, 굽기ㆍ삶기ㆍ착색 등 그들만의 소리를 위해 별의별 시도를 다 해봤다.
'전통과 상업이 맞물리는 부분에서 그 가능태를 시험해 온 16년 세월'은 이들의 서사자본이다. 영화 '여고괴담', 안은미무용단과의 작업 등을 통한 대중과의 만남 역시 중요한 일부다. 이들은 꿈꾼다."뮤지컬 등 타 분야와의 작업 없이 공명의 콘텐츠만으로 사랑 받고, 그것만으로 생활이 될 수 있는 그날이 오겠죠?"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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