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작은 별들이 하나 둘씩…."무대의 초입, 가난한 청년 이풍세가 부르는 노래에 목덜미가 시려온다. 저 '거리에서'로부터 우리는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을까. 김광석이 부른 노래로만 이뤄진 첫 뮤지컬, LP스토리의 '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부재하는 것들로 객석의 마음을 채운다.
기록에 걸맞지 않게 스타도, 현란한 장치도 없다. 어쿠스틱 뮤지컬이란 표찰은 스타와 메커니즘이라를 당의(糖衣)는 기대하지 말라는 요청을 완곡히 표현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직도 마음을 적시는 김광석의 포크송 23곡이 자아내는 여운에 객석의 마음은 막 내린 후에도 극장을 배회한다.
낮에는 군복에 수건 두른 공사장 잡역부지만, 밤에는 포크 가수의 삶을 갈아사는 청년이 있다. 그의 꿈이 바로 김광석 되기. 곧 그 꿈은 객석을 결박한다. 김광석과 흡사한 창법과 목소리를 가진 사람을 찾아 나선 제작진의 노력 끝에 가수 박창근, 뮤지컬 배우 최승열 등이 떠올랐고 더블캐스팅으로 번갈아 김광석을 불러낸다. 또 지혜연, 안수빈 등 젊은 배우와 연주자들은 김광석의 주변 인물로 분한다.
김씨의 고향 대구에서 치고 올라온 화제의 무대다. 지난해 11월 30~지난 1월 6일 44차례 펼쳤던 초연 무대에서 3,000여명 동원이라는 성적을 냈다. 그러나 제작사는 너무 빈핍했다. 모든 일을 발품으로 하느라 보도 자료는커녕 현수막, 전단지도 엄두를 못 냈다. 그러나 인터파크의 관극평, 40대를 중심으로 한 입소문 등이 불을 지핀 것.
"10년은 갈 무대를 만들 겁니다." 작ㆍ연출 김제한씨는 김광석의 생시, 실제 무대를 10여 차례는 찾았던 자로서의 의무를 말하고 있다. "눈물 흘릴 때도 웃던 분이죠. 그 모습이 (무대에)자연스레 녹아 들게 했는지…."그러나 가정사 등 김광석을 옥죄던 여러 현실적 문제가 지나치게 단순화됐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버전업의 참된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가능성의 무대다. 5월 19일까지 아트센터K 네모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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