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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건축가가 짓는 작은 쉼터들… 日 쓰나미 지역에 '생명 불어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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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건축가가 짓는 작은 쉼터들… 日 쓰나미 지역에 '생명 불어넣기'

입력
2013.03.1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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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지진 피해지역인 동북지방 주민들이 임시로 몸을 의탁하고 있는 가설주택 사이에 1년여 전부터 작은 쉼터가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모두의 집'이라는 이름으로 마을회관 역할을 하는 이 쉼터가 주목 받는 것은 컨테이너처럼 판에 박은 듯한 가설주택 사이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건물을 설계한 사람들이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일본을 대표하는 거장들이라는 점에 더 눈길이 간다.

쉼터 건축을 주도하는 건축가는 17일 올해의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결정된 이토 도요(伊東豊雄)씨 등 5명. 이 중에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신관을 설계했고 여성으로는 사상 두 번째로 2010년 프리츠커상을 받아 유명한 세지마 가즈요(妹島和世)씨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지진 피해 복구를 돕기 위해 2011년 '귀심(歸心)의 모임'을 결성한 뒤 피해지역 주민들이 모여 마음 편히 이야기 나누고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쉼터를 짓기로 했다. 이토씨의 설계로 1호 주택이 그해 10월 센다이시 미야기노구에 선을 보였다. 이어 지난해 5, 6월에는 이와테현 가마이시시에 잇따라 쉼터가 만들어졌다. 지진 피해 이전으로 돌아간 느낌을 주려는 듯 전통 일본 목조건축으로 편안함을 강조한 쉼터가 있는가 하면, 뚝배기 같은 조리기구인 타진을 거꾸로 씌운 듯한 이색 지붕 디자인으로 눈길을 끄는 집도 있다. 세지마씨가 지난해 10월 미야기현 미야토지마에 완성한 '모두의 집'은 가족, 집, 재산을 잃고 삶의 의지마저 꺾인 주민들을 감싸 안는 듯한 커다란 원형 지붕이 인상적이다.

이토씨가 지난해 말 젊은 건축가들과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시에 완공한 2층 높이의 쉼터는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으로 쓰나미에 휩쓸려간 삼나무 19그루를 통째로 사용한 독특한 디자인이다. 이토씨는 이 쉼터의 모형과 작업과정을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의 일본관에 전시해 금사자상까지 받았다. 올해 프리츠커상 심사에서도 그는 "지진 피해지역 활동으로 건축가의 사회에 대한 책임을 보여주었다"는 점을 평가 받았다.

인상적인 것은 뛰어난 기능성에 현대적인 미학까지 겸비한 대형건축물로 세계의 인정을 받는 이 건축가들이 쓰나미로 모든 것이 지워진 땅에 10평 안팎의 쉼터를 지으며 새로운 건축철학에 새삼 눈 뜨고 있다는 점이다.

이토씨는 최근 한 일본 신문과 인터뷰에서 "주민이 모여 이야기 나누거나 식사할 수 있는 '모두의 집'을 만들 때 크게 깨달은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툇마루를 만들어달라' '현관 안마당에 장작난로가 있으면 좋겠다'는 주민의 바람을 그대로 설계에 담았더니 자연스럽게 일본의 옛 민가 같은 작은 집이 되더라. 우리는 도시를 전제로 닫힌 건축물을 지어왔지만 더욱더 (자연을 향해)열린 건축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용기를 얻었다." 그는 "바다와 살을 부비며 살아온 (동북해안지역)사람들의 생활을 근대주의사상으로 말살해서는 안 된다"며 "자연에 열린 새로운 일본 마을의 모델을 이곳에서 보여줄 수 있다면 동북지역은 일본 최첨단 마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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