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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고 도발하고 질문하고… 현대예술,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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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고 도발하고 질문하고… 현대예술,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13.03.1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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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혁신·실험 표방 장르·관습파괴 예술의 최전선 거장들의 독창적 최신작 소개카스텔루치 '신의 아들을…' 佛서 신성모독 뜨거운 논쟁 거북하고 당혹스런 작품까지올해는 국내작이 절반 차지 아시아 대표 다원예술축제 성과

매년 봄, 3월 말에서 4월 중순까지 열리는 '페스티벌 봄'은 매니아들이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리는 '사건'이다. 진보적이고 독창적인 작품들로 꽉 채워 현대예술의 최전선을 보여주는 축제다. 관람 티켓은 늘 거의 매진이다.

2007년 스프링웨이브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이 축제는 연극인지, 미술인지, 무용인지, 영화인지 헷갈리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경계를 넘어 종횡무진 내달리는 이런 작업을 요즘은 '다원예술'이라고 부르지만, 이 용어는 전통적 장르 구분이 통하지 않는 수상한 작품들을 한 범주로 묶기 위해 생각해낸 고육지책일 뿐이다. 장르 구분을 고집하는 것이야말로 시대 착오가 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7회째인 올해 페스티벌 봄이 22일 개막한다. 4월 18일까지 국립극단, 두산아트센터, 성남아트센터 등 여러 공연장을 비롯해 미술관, 예술영화관 등에서 다양한 사건이 벌어진다. 낯설지만 흥미진진하고, 진지한 질문과 고민을 던지는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더러 거북하거나 당혹스런 사건도 있다. 이게 뭐지? 하고 어리둥절할 수도 있지만, 현대예술이 지금 어디에 와 있으며 어디로 갈 것인지 가늠하고 싶다면, 이 축제만큼 적절하고 신선한 충격은 없을 듯하다. 축제 이름 '봄'은 계절을 가리키는 동시에 '보는 방식(관점)'을 뜻하기도 한다. 관습에서 벗어난 작품들인 만큼 많은 논쟁과 화제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진보와 혁신, 실험의 깃발을 높이 세운 축제답게 올해 프로그램에는 현대예술의 지형에서 가장 우뚝하게 솟은 거장들의 작품이 포함돼 있다. 아방가르드 연극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연출가 로메오 카스텔루치, 고전발레를 21세기의 감각과 태도로 재발명해 온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스, '조용한 연극'으로 일본 연극의 흐름을 바꾼 히라타 오리자, 독일 실험영화의 핵심 작가로 영화와 사회의 본질을 탐구해 온 하룬 파로키 등의 최신작을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카스텔루치가 선보일 '신의 아들을 바라보는 얼굴의 컨셉에 대하여'는 진작에 매진됐다. 그는 '머리를 거치지 않고 가슴에 직격탄을 날리는', '어떤 범주로도 분류할 수 없는'충격적인 걸작들을 발표해온 작가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처음 발표한 '신의 아들을…'은 당시 가톨릭 원리주의자들로부터 '신성모독'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뜨거운 논쟁에 휘말리기도 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다원예술 축제로 자리잡으면서 본격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해외 작품이 전체 프로그램의 70~80%를 차지했으나, 올해 처음으로 한국 대 해외 작품 비율이 50대 50을 기록했다. 총 26개 공연 중 해외 작품이 11편, 한국 작품이 10편으로 균형을 맞췄고, 나머지 5편도 한국이 중심이 된 공동제작이다. 예컨대 여러 명의 배우가 동시에 서로 다른 줄리엣을 연기함으로써 줄리엣의 유형학을 보여주는 홍성민의 신작 'Juliettttttt'은 비엔나 페스티벌 주간으로부터 적극적인 러브콜을 받아 제작됐고, 내년 비엔나 진출을 앞두고 있다.

과학과 예술의 융합, 마이너리티와 비서구권의 예술도 이 축제가 지속적으로 관심으로 가져온 분야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휴머노이드 로봇이 불치병 소녀의 간병인으로 출연하는 히라타 오리자의 연극 '사요나라', 지적 장애를 지닌 배우들로만 출연진을 구성한 안무가 제롬 벨의 '장애 극장', 보스니아 내전이 한창이던 1992년 사라예보의 집단 트라우마를 기록한 앙리 살라의 영상 '1395일 간의 흑백'등을 이번 축제에서 볼 수 있다.

페스티벌 봄의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www.festivalbom.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도 생생한 소식과 정보를 받을 수 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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