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장ㆍ차관급 고위직 인선이 사실상 매듭됐다. 아직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 일부가 남아 있어 부분적 조정 여지는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살피기에는 충분하다.
우선 눈에 띄는 특징은 정치와 행정의 분리다. 권력 핵심인 대통령과 가장 가까이에서 권력 행사의 방향과 국정 기본노선을 잡아갈 국무총리와 청와대 비서실장, 국정원장 자리에는 과거 함께 일하며 검증한 사람들을 앉혔다. 행정부처 가운데서도 '핵심 부처'라 할 만한 외교와 국방, 안전행정, 복지, 미래창조과학부 등의 장관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의 표현대로라면 '국정 철학' 공유, 과거 사례나 정치현실로는 '코드 일치'가 이유다. 반면 권력 중심과 더 떨어진 곳은 '전문성'이 핵심 기준이 됐다. 관료 출신이 장ㆍ차관의 74%나 되고, 대다수가 같은 부처나 산하 연구기관에서 발탁됐다.
한편으로 '대탕평' 약속에 따른 지역과 출신학교, 성별 균형에 대한 고려 기대는 불발했다. 4대 권력기관장에 영ㆍ호남 출신이 전무하듯, 출신 지역이나 학교가 주된 고려 요소가 아니었고, '영남 편중'이 두드러지지 않아 소극적 균형에는 이르렀지만, 영남이나 특정 대학 출신이 많다는 인상은 지우지 못했다.
보기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 있는 이런 특징과 달리 명백한 약속 파기도 보였다. 지난해 10월 박 대통령은 "경찰청장의 임기는 반드시 보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지난주 이성한 부산경찰청장을 내정한 데 이어 어제는 감사원장 경질이 공공연히 거론됐다. 독립적 헌법기구인 감사원장마저 임기 도중에 손을 댄다면 임기보장 약속은 물거품이다. 또한 정권교체기마다 일어온 논공행상 논란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이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공정거래위원장 등 고위직에 진출하고,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임명됐다.
이 정도로도 약속과 원칙의 정치인으로 꼽혀온 박 대통령에게는 작지 않은 얼룩이다. 국민의 신뢰는 한번 금이 가면 걷잡을 수 없다. 서둘러 자성과 재발방지 다짐에 나서서 그 틈을 메우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시급한 국정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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