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18일 국회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5ㆍ16의 성격 규정과 관련, "그 시대를 살았던 개인으로 답을 한다면 5ㆍ16은 쿠데타"라고 말했다.
남 후보자는 이날 민주통합당 김현 의원이 5ㆍ16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한 뒤 "그러나 잘 살고자 하는 국민의 열망을 결집해 산업화를 달성, 풍요를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간 대부분의 장관 후보자들은 5ㆍ16에 대해 "역사의 평가에 맡기겠다"거나 "(5ㆍ16을 쿠테타로 기술한) 교과서의 표현을 인정한다"는 식으로 우회적으로 답변해왔다.
이와 관련 민주당 유인태 의원은 "5ㆍ16을 쿠데타라고도 말하지 못하는 국무위원을 데리고 앞으로 국정 운영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인데 남 후보자는 그나마 소신 있게 얘기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청문회는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정보위원장의 회의 진행 방식에 야당 의원들이 반발해 한 차례 정회하는 등 진통을 거듭하다 결국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해 파행으로 끝났고 청문보고서 채택도 불발됐다.
'박근혜정부' 주요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인사청문회가 중간에 파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며 청문보고서 채택 무산은 현오석 경제부총리,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에 이어 세 번째다.
당초 청문회는 남 후보자의 도덕성과 개인 신상 검증은 공개로 진행한 뒤 정책 검증은 비공개로 실시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공개로 진행된 도덕성 검증에서 민주당 김현 의원이 제주 4ㆍ3 사건을 질의하자 서 위원장은 "도덕성과 관련 없는 사안"이라며 질의를 막았고, 야당 의원들이 "이게 도덕성, 신상 문제가 아니냐"고 항의하면서 정회했다.
속개된 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5ㆍ16에 대한 평가를 재차 묻자 서 위원장은 "질의 시간이 끝났다"며 남 후보자의 답변을 가로막았고 일순 회의장에는 막말과 고성이 오갔다.
여기서 민주당 유인태 의원은 "이런 개떡 같은 청문회를 봤냐"며 거칠게 항의했고, 같은 당 정청래 의원도 "이러면 박근혜 대통령이 예뻐하나. 위원장을 청문 해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위원장은 "국민이 보고 있는데 무슨 추태냐. 그러려면 발언권 얻지 말고 퇴장하라"고 받아 쳤다.
이후 야당 의원들은 회의 진행 방식과 관련해 서 위원장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남 후보자가 제출한 자료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청문회를 하루 연장할 것을 요구하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그러나 서 위원장과 여당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야당 의원들은 오후 9시50분쯤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청문회는 그렇게 끝났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재산증식 내역을 하나도 보내주지 않는 등 검증을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고 주장했고,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서 위원장이 사과 용의를 밝히고 남 후보자가 추가 자료를 내는 등 성의를 보였으나 야당이 회의 속개를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앞서 도덕성 검증 부분에서 남 후보자의 재산 증식과 부동산 투기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정청래 의원은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총 수입은 7억5,000만원이고 실수령액은 6억원인데, 재산은 6억1,000만원 증가했다"며 "생활비는 뭘로 썼냐"고 추궁했다.
남 후보자는 "저축한 액수는 총 소득액의 73%"라며 "옷 한 벌을 15년씩 입고 살았다"고 검소한 생활을 강조했다. 남 후보자는 또 투기 의혹이 제기된 강원 홍천의 밭(510㎡) 매입에 대해서는 "땅값이 오를 만큼 오른 뒤에 비싸게 주고 샀고, 실제 옥수수 고구마 등을 직접 심었다"고 답했다.
남 후보자는 국정원 수사권의 검경 이관 주장에 대해서는 "안보 수사는 일반 수사와 다르다"며 "전문성과 북한의 의도를 잘 아는 국정원이 수사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보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남 내정자의 도덕성을 공개 검증하고 오후 4시부터 비공개로 정책 검증을 한 뒤 청문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었으나, 비공개 청문회 자체가 무산됐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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