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명 공무원들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오랜 줄다리기 끝에 여야간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이 마무리됨에 따라, 공무원들은 소속이 바뀐 새 부처로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정부 출범 20여일이 지나 '지각출발'을 하게 된 만큼 각 부처는 속전속결로 조직정비를 끝낸다는 방침이지만, 직제에 대한 후속 법령작업과 인원배치까지 끝나려면 상당 기간 정책공백과 업무차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공무원 사회에선 "5년마다 짐을 싸는 상황이 이젠 지겹다"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3면
1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조직개편에 따라 새 부처로 이동해야 하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신설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로 갈 800여명을 포함, 해양수산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총 1,400명 정도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삿짐을 직접 싸야 하는 중앙공무원들일 뿐, 소속부처가 바뀌는 인력까지 합치면 훨씬 많다. 정부업무를 대행하는 각 부처 산하 소속기관 8,500여명, 출연 연구기관 2만1,000여명, 국토해양부에서 해양수산부로 관할이 바뀌는 해양경찰청 1만명 등 총 4만여명에 달한다. 여기에다 미래부로 조직 전체가 통째로 이관되는 우정사업본부 4만4,000여명까지 더하면 사실상 8만명이 넘는 인원이 대이동을 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 곳곳에서 파열음도 들리고 있다. 통상업무 이관에 따라 소속 부처가 산업통상자원부로 바뀌게 된 외교ㆍ통상직 공무원들은 '희망시 원대복귀'약속을 받고 조건부 이동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절반 이상이 미래창조과학부로 넘어가게 된 방송통신위원회는 직제구성조차 힘들 만큼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정치적 타결은 끝났지만, 조직이 완전히 틀을 갖추려면 몇 달은 걸릴 것이란 게 관가의 시각이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옛 지식경제부와 교육과학기술부, 방통위 등 3개 부처 인력이 모이는 미래창조과학부의 경우 몇 달이 지나도 서로 얼굴과 이름조차 모르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혼선과 불협화음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히 통합부처는 직원간 '화학적 융합'까지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어 국정효율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정부조직 개편은 행정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집권의지의 표현에 가깝다"면서 "정부조직개편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