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화재단 대표가 3년 임기를 한 해도 채우지 않고 지역 모 방송사 대표로 자리를 옮기면서 세계적 문화도시 조성을 표방한 대구시의 문화정책이 휘청거리고 있다. 지역 문화계에서는 대구문화재단이 제대로 일하는 조직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구방송(TBC)은 18일 제19기 정기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열어 대구문화재단 대표인 김정길(69) 이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말 대구문화재단 대표로 선임된 김 대표는 10개월 만에 중도하차했다.
이에 따라 대구문화재단은 새로운 대표를 선임할 때까지 당분간 선장도 없이 사무처장 체제로 일해야 할 형편이다.
대구시의회에 따르면 김 대표는 임기 중 내부 구성원들과 인사와 정책방향 등을 두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대구시에 사표는 물론 통보조차 하지 않아 대구시 문화행정의 난맥상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대구문화재단 인터넷 홈페이지 인사말에 '예술로 행복한 도시, 대구를 실현하기 위해 대구를 알리는 문화 콘텐츠 개발에 전 직원이 혼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시 문화계 고위간부는 이날 대구방송 이사회가 끝난 후에도 "금시초문이다. 무슨 일인지 알아보겠다"고 말했고, 대구시의회 관계자는 "이사들이 적극 추천했겠지만 지역 문화계를 위해 본인이 고사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초대 대구문화재단 대표도 구설수에 많이 오른 터여서 이번에 대구문화재단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초대 대구문화재단 대표인 김순규(66)씨도 2009년부터 3년 임기 중 대구시의 대표적 문화브랜드인 '오페라'와 '뮤지컬'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마찰을 빚어왔다.
실제 그는 한 달씩 열리는 오페라축제와 뮤지컬축제 기간 중 개막식에만 참석할 뿐 행사 기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대구문화재단 대표로서 부적격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대구를 왈츠가 흐르는 도시로 변모시키겠다"며 왈츠 음악회도 열었으나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명맥을 잇지 못하고 있다.
대구문화재단 관계자는 "대구문화재단이 재단법인으로 설립 당시처럼 지역문화계의 컨트롤타워가 될 수 있도록 자율성과 독립성을 갖춘 기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의회 관계자는 "지역의 명망 있는 인사를 대구문화재단의 비상근 대표로 하고, 경영마인드 있는 문화계 인사를 총괄본부장으로 뽑아야 대구문화재단이 일하는 조직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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