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총 안건 분석회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의 왜곡 보고서 사태로 경영진과 이사회 간에 심각한 내홍(본보 18일자 1면 보도)을 겪고 있는 KB금융지주가 18일 ISS와 접촉한 박동창 부사장을 보직 해임하면서 일단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그 동안 쌓였던 경영진과 이사회 간의 감정의 골이 이번 사태로 더욱 깊어져 지배구조 변화 없이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KB금융은 이날 박 부사장의 보직 해임으로 그 동안의 내홍이 어느 정도 진정됐다고 밝혔다. 특히 박 부사장이 어윤대 회장의 최측근인 점이 부각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 회장이 이번 왜곡 보고서 사태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KB금융은 보도자료를 통해 "어윤대 회장이 먼저 (박 부사장을) 보직 해임하겠다고 이사회에 보고했다"며 "특정 경영진(박 부사장)이 ISS측과 접촉한 것은 어윤대 회장과 관계가 없으며 사후 보고를 받고 황당해 했다"고 알렸다. ING생명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어 회장과 이사회 간 갈등 이후 어 회장이 일부 껄끄러운 이사진을 밀어내려 한다는 항간의 의혹을 부인한 것이다. KB금융은 "상당 부분 (양측의) 오해가 해소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측의 설명과 달리 이사회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모 이사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회사 쪽에서 관련이 없다고 해명하겠지만 믿을 수 없다"며 어 회장을 정조준했다. 그러면서 "ISS 왜곡 보고서에 대한 진상조사 및 법적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추가 조치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여 경영진과의 첨예한 대립을 예고했다.
금융당국의 향후 종합검사도 KB금융에게 큰 부담이다. 금융감독원은 보고서 왜곡 사건을 '금융질서 문란 행위'로 규정했으며, "검사 결과에 따라 해임 여부 그대로 인정할지 아니면 추가 제재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혀 추가 징계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로 KB금융 경영진 교체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어 회장 임기가 4개월여 남아 있지만, 임기를 온전히 채울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KB금융의 경영진과 이사회는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며 "어 회장의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고 거취에도 비상등이 켜졌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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