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에 용산구 서부이촌동을 무리하게 포함시킨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박원순 서울 시장은 18일"시의 책임이 크다"며 주민피해 최소화를 약속했지만, 실질적으로 주민피해를 줄일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18일 한국일보가 확인한 2007년 8월 8일 열린 제13차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회의록에는 "당초 코레일에서는 서부이촌동은 시가 부담해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시가 의지적으로 포함시키라고 해서 간 (통합개발을 추진한) 것"이라고 적혀 있다. 특히 당시 서부이촌동이 포함될 경우 주민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아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회의에 참석한 시 관계자는 "(서부이촌동은) 우리가 SH공사를 통해 어려움을 떠 안겠다(동의를 구하겠다)"며 도계위 위원들을 설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의는 서울시와 코레일이 통합개발 합의안을 발표하기 열흘 전에 열린 것이다.
시가 용산 통합개발을 위해 용산개발 사업에 적용된'도시개발법'까지 개정해 무리하게 서부이촌동 토지를 강제수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시의회 강희용 의원은 이날 열린 긴급현안질의에서 "도시개발시 토지를 강제로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을 소유자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도록 했던 것을 2분의 1이상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도시개발법 개정안이 2007년 3월 뜬금없이 국회에 상정 돼 한 달 만에 개정됐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용산개발에 '도시개발법'을 적용한 것에 대해서는 2007년 도계위 회의에서도 논란이 됐다. 한 도계위 위원은 "도시개발법을 적용하려면 공공성이 커야 하는데, 용산 개발계획은 그것과(공공성과)는 대치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도시개발법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서부이촌동을 포함시킬 수 없다는 데서 발목이 잡혔다. 당시 한 위원은 "(한강르네상스 사업과 연계해 시의) 정책적 결정에 따른 것(개발)으로 해야 한다"고 훈수까지 했다. 당시 회의에서는 "통합개발을 할 경우 개발 원가만 평당 9,000만원에 달한다"며 통합개발에 따른 경제성 악화로 사업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컸지만 서울시는 이를 귀담아 듣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MBC라디오의 한 시사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시의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된다"며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용산개발을 정상화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이날 비상대책반을 가동하며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6월말까지 서부이촌동주민의 의견을 묻겠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시가 코레일 측이 요구한 국ㆍ공유지 무상 귀속 요청 등 4가지 요구안 수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한 데 대한 특혜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시의회 신언근 의원은 "2009년 용산개발사업 계획을 주도했던 송득범 도시계획국장이 퇴직 후 코레일 사업개발본부장로 자리를 옮겨 중책을 맡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공직윤리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김현기 의원도 "시가 전관예우 때문에 코레일 측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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