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자른 머리스타일을 한 외국인 여럿이 어울려 다니면 미군이겠거니 생각할 뿐 확인할 방법은 없어요. 미군들의 가게 출입을 금지할 방법도 없고…."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일대에서 M클럽을 운영하는 박모(37)씨는 "난동을 피울까 걱정되지만 불경기니까 어쩔 수 없이 받는다"며 최근 발생한 주한미군 범죄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했다. 인근 K클럽에서 일하는 김모(22)씨도 "다른 사람과 시비 붙는 짧은 머리의 외국인이 매일 몇 명씩 있지만 가게 매상 때문에 어느 정도는 용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7일 만난 홍대 클럽가 상인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울며 겨자 먹기"라는 말로 표현했다. 미군이 사고를 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씀씀이가 큰 미군을 내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홍대 클럽 운영자 등으로 이뤄진 '클럽문화협회'는 클럽에 미군 출입을 금지했다. 주한미군 범죄를 막기 위한 대책이었다. 그러나 협회에 속하지 않은 신생 클럽이 미군 출입을 허가했고, '우리만 손해'라는 인식이 퍼지자 협회도 미군 출입 금지 조항을 권고사항으로 완화했다.
홍대 클럽가는 이후 이태원과 함께 미군 출입이 잦은 대표 유흥지역이 됐다. 젊은이들이 모이는 클럽 밀집 지역이라 외국인에 대한 선입견도 적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 동두천과 의정부를 잇는 광역전철이 2006년 개통된 이후 주말이면 동두천, 양주, 평택에서 근무하는 미군도 전철을 타고 홍대로 모인다.
문제는 이곳이 주한미군 범죄 다발지역이 됐다는 점이다. 지난 17일 오전 3시에는 경기 동두천에서 근무하는 미군이 홍대 술집에서 난동을 부리다가 신고 받고 출동한 경찰을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 관계자는 "주말이면 주한미군이 술에 취해 소동을 벌인다는 신고가 자주 들어온다"며 "순찰을 강화하고 있지만 일일이 단속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김형길 홍대상인회장은 "술집 등에서 폭행 사고라도 나면 손님들이 오길 꺼려해 2차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주한미군 당국은 주한미군 범죄가 문제될 때마다 통행금지 같은 방안을 내놔 이 조치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박정경수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사무국장은 "통행이 금지된 새벽에 사고가 난 것을 보면 미군 당국의 범죄방지 대책이 허울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금주령, 휴가 금지 같은 미봉책보다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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