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같은 직장에 다닌다는 이유로 해직된 60대 노 교수가 29년 만에 다시 강단에 서게 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강릉영동대 김기설(64ㆍ사진) 전 교수.
학교법인 정수학원과 강릉영동대는 최근 인사위원회와 이사회를 잇따라 열어 김 전 교수의 재임용 안을 통과시켰다. 김 전 교수가 재임용에서 탈락한 지 무려 29년 만에 복직 결정이 내려졌다.
1978년 강릉영동대학(당시 강릉전문학교) 국문과 조교수로 부임한 김 전 교수는 1984년 2월 학교로부터 재임용을 거부당했다. '부부가 한 대학의 교수로 있으면 학생들로부터 희롱의 대상이 되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였다. 새 학기 강의를 준비하던 혈기왕성한 30대 초반의 교수는 졸지에 '백수'가 됐다.
해직 후 향토문화를 연구하던 김 교수는 복직을 위해 7년간 법적 투쟁을 벌였다.
그는 2005년 3월 국회가 '대학교원기간임용제 탈락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자, 이를 근거로 교원소청특별심사위원회와 서울행정법원, 민사소송 등을 제기해 지난해 3월15일 대법원에서 "1984년 2월 재임용 탈락은 무효"라는 최종 판결을 받았다.
법원 판결로 그 동안 부당하게 해임돼 받지 못한 급여도 소급해 받을 수 있게 됐고, 마침내 학교 측은 최근 이사회에서 김 전 교수의 재임용 안을 통과시켰다.
김 전 교수는 "정년이 불과 1년 6개월여 밖에 남지 않아 아쉽지만 29년을 기다린 끝에 학교로 돌아오게 돼 감개가 무량하다"며 "강단에서 열망을 불태우고 싶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는 그 동안 강릉 민속문화연구소장과 강릉 단오제위원회 이사, 강원도 민속학회장, 강릉시 지명위원회 위원을 맡는 등 지역 향토문화계에서 일했다.
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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