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경영진이 특정 사외이사 선임을 막기 위해 왜곡된 회사 정보를 외부에 유출했다는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KB금융은 어제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관련 사실이 확인된 박동창 전략담당 부사장(SCO)의 보직을 해임하기로 했다. KB금융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주도했던 박 부사장은 최근 미국 주총 안건 분석기관인 ISS 측과 만나 ING생명 인수 무산이 '정부 측 사외이사'들의 반대 때문이었다는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다. 그 결과 ISS는 오는 22일 주총을 앞두고 외국인 주주 등을 대상으로 해당 사외이사 3명의 재선임에 반대하라는 보고서를 냈다.
ISS가 선임 반대를 권고한 사외이사는 이경재(전 한국은행 감사) 배재욱(전 대통령 사정비서관) 김영과(전 금융정보분석원장)씨 등이다. 그러나 배 이사는 ING생명 인수에 찬성했고, 김 이사는 이번에 새로 추천돼 ING생명 인수 무산과는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다 보니 금융권에선 어윤대 KB금융 회장의 최측근인 박 부사장이 어 회장의 연임에 반대할 만한 정부측 이사들의 선임을 막기 위해 외국인 주주와 야합했다고 보고 있다.
KB금융은 박 부사장의 ISS 접촉이 어 회장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렇더라도 이번 일은 일개 금융회사의 내부 스캔들을 넘는 사안이다. 우선 박 부사장의 행위는 경영진이 이사회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다. 더욱이 잘못된 정보로 자칫 주주 권익까지 위험에 빠뜨린 만큼 철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 또한 임원의 비밀유지 의무를 규정한 금융지주사법 48조3항 위반 소지도 있는 만큼 그 부분도 따져야 할 것이다.
일부 의혹처럼 어 회장의 연임을 위해 KB금융 경영진이 외국인 주주와 야합하려 했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KB금융 지분은 국민연금이 8.24%로 최대주주지만, 외국인이 66.26%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경영진이 사익을 위해 외국인 주주와 야합할 경우, 정부 금융정책이 무력화하는 등 적지 않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당국은 이런 위험성을 염두에 두고 사태의 내막을 철저히 파악해 대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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