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대림산업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공장 사일로(저장탑) 폭발사고와 관련, 대림산업 측이 사고 당일 용접작업 시행 전 가용성 분진 제거를 위해 스팀세척이나 중화제로 닦아내는 등 폭발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관리지침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진보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18일 대림산업 측에 최근 서면질의를 통해 받은 답변을 공개하며 "대림산업은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제시한 안전에 대한 최소한의 지침인 '화학공장의 정비ㆍ보수에 관한 안전관리 지침'과 '안전작업허가 지침'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화학공장의 정비ㆍ보수에 관한 안전관리 지침'과 '안전작업허가 지침'에는 "가연성 물질 저장용기에 대해 물ㆍ증기ㆍ불활성가스 등으로 세정 및 퍼지(가스청소)하여 가연성 물질 등을 완전히 배출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산업안전보건공단 '용접작업안전' 규정에는 "용접작업 시행 전, 가용성 분진을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은 가연성 분진을 취급하는 화학공장에서 사전에 실시해야 하는 과정"이라며 "용접작업 전에 스팀 등으로 세척하거나 중화제로 제거하고 닦아내는 등 폭발방지에 만전의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대림산업 측은 "공단 지침확인 및 문의결과 분진 제거를 위해 스팀세척하는 규정은 확인하지 못했다"며 "회사규정에 세척 매뉴얼이 없으며 향후 검토해 규정에 포함시키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대림산업이 법률과 지침에 명시된 사항인 가연성물질 등을 완전히 배출해야 할 의무를 지키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점이 분명하다"며 "이는 안전작업을 총괄관리 책임져야 할 대림산업의 명확한 직무유기가 확인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의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와 여수경찰서는 이날 여수시 화치동 대림산업 HDPE 공장의사고 관련 책임 부서인 안전화경팀과 생산팀, 공무팀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여 사고 당시의 작업상황과 하청업체 연관 서류, 컴퓨터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대림산업 서울본사와 하청업체에 대해서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폭발사고 전 사측의 안전수칙 준수여부는 물론 하청업체 계약관계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며 "대림산업과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진술과 CCTV 등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사측의 과실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고 사망자 6명에 대한 사망 보상금과 장례일정도 확정됐다.
대림산업과 유한기술, 유족 등 3자가 이날 협의를 벌인 결과, 1인당 사망 보상금(위로금과 산재보험금)을 5억3,000여 만원으로 합의한 데 이어 장례도 19일 오전 치르기로 최종 결정했다. 유한기술은 대림산업과 하청계약을 맺고 사고 발생 전 이들 6명을 직접 고용해 작업을 진행했던 대림산업 협력사이다.
사망자들의 시신은 19일 오전 10시 6대의 리무진 차량에 실려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여수장례식장을 출발, 대림산업 사고 현장으로 이동해 노제를 치른다.
여수=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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