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무릎은 좀 어때?" "자신감은?" "7개월 공백을 딛고 코트에 적응할 만하니?"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라파'(라파엘 나달에 대한 애칭)의 대답은 우승 3회, 준우승 1회였다.
왼무릎 부상을 털고 지난 2월 7개월 만에 코트에 복귀한 이후 불과 6주 만에 일어난 일이다. 전적은 17승1패다.
'클레이코트의 제왕' 라파엘 나달(26ㆍ스페인ㆍ랭킹4위)이 하드코트에서도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13 남자프로테니스(ATP) 1000시리즈 BNP 파리바 인디언웰스 오픈을 통해서다. 나달은 1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웰스에서 열린 단식 결승에서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25ㆍ아르헨티나ㆍ7위)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2-1(4-6 6-3 6-4) 역전승을 거뒀다. 인디언웰스 오픈은 한 해 ATP투어 9개의 마스터스 대회 중 첫 번째로 열린다. 규모면에선 남녀 각각 128명이 출전해 4대 메이저대회와 동급이다. 그래서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린다. 이번 대회에는 특히 남자부 '빅4'(나달 조코비치 페더러 머레이)가 모두 출사표를 던져, 지난 1월 열린 메이저대회 호주오픈과 맞먹는 큰 관심을 모았다.
나달은 이로써 마스터스 대회 우승컵 22개째를 수집해 로저 페더러(32ㆍ스위스ㆍ2위)를 따돌리고 역대 최다 우승자에 단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2007년, 2009년에 이어 대회 3번째 우승컵을 따낸 나달은 이번 우승이 자신의 프로통산 600승째이기도 해 의미를 더했다. 현역선수로 600승 고지에 오른 이는 나달과 페더러 양웅(兩雄)뿐이다.
나달은 특히 우려됐던 하드코트에 대한 적응을 우승컵으로 증명해 보였다. 나달의 하드코트 우승은 2010년 10월 라쿠텐 재팬 오픈 이후 3년만이다. 나달은 이후 6차례 하드코트 결승에 올랐으나 그때마다 준우승에 그쳤다.
2시간 29분에 걸친 대반전의 드라마였다.
나달은 1세트 시작과 함께 게임스코어 3-0으로 앞서 나가다가 4-6으로 내줘 하드코트 징크스에 시달리는 듯 했다. 2세트 역시 자신의 첫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당해 1-3으로 끌려다녔다. 하지만 나달은 이후 내리 5게임을 따내 6-3으로 경기를 뒤집은 뒤 3세트도 여세를 몰아 6-4로 깔끔하게 마무리해 우승컵을 안았다.
하지만 경기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나달은 상대 서브때 18번의 브레이크포인트 기회를 잡았으나 4번(22%)만 자신의 점수로 연결시켰다. 쉽게 풀어갈 수 있는 경기를 어렵게 마무리 지었다는 의미다. 자신의 서브게임때도 3번의 브레이크포인트 위기를 맞았으나 모두 지키지 못했다. 상대가 저지른 4개의 더블폴트에 힘입은 바도 컸다.
나달은 "7개월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 정상에 오른 내 자신이 놀라울 지경"이라며 "랭킹 10위이내 선수 3명을 꺾었다는 것이 믿을 수 없다"라고 우승소감을 밝혔다. 나달은 그러나 20일 개막하는 시즌 두 번째 마스터스 대회 소니 에릭슨 마이애미 오픈엔 불참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나달이 클레이코트 대회인 몬테카를로 오픈 9연패를 위해 컨디션을 조율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9년 US오픈 챔피언 델 포트로는 "인디언웰스에선 조코비치와 머레이를 꺾었다. 마이애미에선 페더러도 제압하겠다"며 웃었다. 델 포트로는 대회 준결승에서 조코비치의 연승가도를 '22'에서 제동을 걸고 이날 결승에 올랐다.
한편 여자부에선 마리아 샤라포바(26ㆍ러시아ㆍ2위)가 캐럴라인 보즈니아키(23ㆍ덴마크ㆍ10위)를 2-0(6-2 6-2)으로 꺾고 2006년 이후 대회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