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담론은 논의 대상이 담론자와 공존한다는 시사성 때문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얻을 수는 있지만, 쉬운 관심에 비하여 담론의 객관성이나 설득력의 확보가 쉽지 않은 영역이다. 자칫 감성적인 논의로 흐르기 쉽기에 개요 짜기나 해결책 제시에서 합리적인 담론이 되도록 더욱 공들여 논증해야 한다.
이지은 학생의 글은 특수학교에서의 가혹행위를 다루고 있다. '도가니 사태'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한차례 폭풍 같은 정화작업을 벌였지만 여전히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에 대한 반응 글이다. 개선되지 않는 안타까운 현실을 언급한 후에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평가대상 학생 글의 형식적인 논리전개를 살펴보자. '영화가 개봉되었다(1단락)→관심이 증가되었으나 가혹행위는 계속되고 있다(2단락)→특히 보호기관인 특수학교에서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3단락)→장애인 인권에 대한 인식수준이 낮다(4단락)→장애인 문제는 피해가 심각하다(5단락)→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6단락)'로 구성되어 있다. 논의를 위한 상황 소개 이후 논의의 심각성을 부각하며 해결책을 언급하고 있다. 6개의 단락 중에 무려 5개의 단락이나 문제의 현실과 심각성에 관한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발생 현상문제에 대하여 국민 대다수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러한 구성은 설득력을 갖는다. 즉 주의를 환기시키고 문제점을 인식시키기 위한 최초의 논의를 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구성이 옳다. 그러나 이미 첫 단락에서 충분히 문제가 공감되고 인식되었음을 전제하고 있다. 관심이 지나칠 정도이다. 문제라면 지속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5개의 단락에 걸쳐서 현실과 문제점을 논의할 게 아니라 '왜 많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가', 혹은 '왜 관심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않는가'에 관하여 고민을 깊게 하고, 그 고민에 기초한 다양한 해결책을 조심스럽게 제시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내용적인 부분을 다루어 본다. 학생의 글은 특수학교 폭력문제의 해결방법으로 관심을 꼽고 있다. 지속적인 관심을 제안한다. 그리고 관심범위를 넓히자고 한다. 부당한 것들을 고치자고 한다. 구체적인 담론 없이 '문제를 해결하자' '관심을 갖자' '열심히 노력하자' 등과 같은 주장을 하는 글들이 많다. 이러한 유형의 피상적인 글들을 '일반론으로의 도피'라고 총칭한다.
철저한 원인규명이나 완벽한 해결책을 고등학생의 글에서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일반론으로 도피하는 피상적인 글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상의 원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고 이에 관한 소박하지만 논의 가능한 해결책을 제기하기를 원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진짜 관심이다.
가령 노숙자를 기차역에서 마주쳤을 때를 생각해보자.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이라면 '아 저 아저씨 더럽다'거나 '불쌍하다'라는 일차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라면 '노숙자가 많구나! 저렇게 어려운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는 게 좋겠다'정도로 그쳐서는 안 된다. 신문활용 교육의 취지는 '노숙자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다면 해결책은 어떠한 것이 있을까?'라는 사고의 체계화를 원하는 것이다. 고등학생 수준에서 그 사고가 완벽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러한 고민들이 모여 담론의 장을 형성하고 더욱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만들고 더 나은 세상이 가능해진다.
구체적이지 않은 대책은 대안으로는 한계가 있다. 마지막 단락에서 관심만을 해결책을 제시할게 아니라 제도 측면에서의 해결책까지도 논의했어야 한다. 인식을 넘어 제도까지 언급할 때 입법적, 행정적 그리고 사법적인 측면으로 나누어 접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컨대 특수학교 폭력에 대한 대응법안, 관련 행정조직의 체계화와 공무원의 감시ㆍ감독 그리고 장애인 관련법 위반자에 대한 엄한 처벌과 법 집행을 논의하는 것이 설득력 있는 논의가 된다. 메가로스쿨 논증ㆍ논술강사 www.megal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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