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국립아트센터 건립 여부를 결정지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본격 시작돼 결과가 주목된다.
이번 조사는 4개월간에 걸쳐 경제성, 정책성, 지역낙후도, 주민호응도 등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오는 7월쯤 최종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시에 따르면 동남권 최대 복합 문화예술공간이 될 국립아트센터는 100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와 부산시민공원으로 조성되는 옛 미 하야리아 부대 부지 4만㎡에, 연면적 3만6,000㎡ 규모로 대극장(2,000석), 중극장(600석), 스튜디오극장(300석)을 비롯해 공원과 연계한 야외극장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전액 국비(1,700억원)로 사업이 추진되며 부산 유치가 확정되면 2016년 말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시행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6월 현장조사 당시 전문가들 사이에서 입지적인 상징성이나 접근성 등에 따른 시너지효과가 클 것으로 보는 긍정적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안다”며 “100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부지인 만큼 국립시설 설립 취지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시가 국립아트센터 유치를 추진하는 것은 수도권 등 타 지역에 비해 열악한 문화공연 인프라 때문이다.
현재 부산지역의 순수 대형 공연장은 1973년 건립된 부산시민회관(1,606석)과 1988년 건립된 부산문화회관(1,403석) 등 2곳에 불과하고, 시설도 크게 노후한 실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를 기준으로 공연실태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인구 1,000 명당 객석수는 서울 13.4명, 대구 7.8명인데 비해 부산은 5.2명에 그쳤다.
특히 국립 공연장은 수도권(6곳)과 서남권(3곳)에 편중돼 있다.
시 관계자는 “수도권과 지역 간 문화격차가 가중되고 있고 동남권 주민은 양질의 공연문화를 향유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립아트센터 건립 예정지가 부산으로 확정되면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문화하이웨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의 유치 노력과 기대에도 불구하고 대형 공연장 난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제2벡스코의 공연장 ‘오디토리움’의 경우 건립 전 수년 간 마케팅 노력을 했지만 7개월 간 18건의 공연을 유치하는데 그쳤다.
그런데도 업계에서는 오디토리움의 성과가 ‘기대 이상’이라고 평가할 만큼 지역에서의 공연 유치는 쉽지 않다.
공연업계 관계자는 “관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해도 서울을 제외하고는 유명 오페라나 뮤지컬을 쉽게 유치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교통요금, 숙박비 등 배우 및 스텝의 출장비, 무대장치 운반비 등 기획사에서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지방을 꺼려한다”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부산시가 롯데그룹으로부터 1,000억원을 기부받아 북항재개발지구에 오페라하우스 건립까지 추진하고 있어 출혈경쟁도 우려된다.
부산경실련 차진구 사무처장은 “문화공연 소프트웨어의 질을 높이지 않고, 치밀한 수요조사 없이 대형 시설만 우후죽순처럼 짓는 것은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며 “공연유치 및 시민참여 부족 등 건립 후 관리가 부실할 경우 혈세만 낭비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