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24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무소속 예비후보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17일 저녁 서울 중구 정동 소재 음식점인 달개비에서 회동했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지난해 안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 직전인 9월 13일 이후 처음이다.
안 후보는 이날 회동에 앞서 "외국에서 박 시장과 통화하며 귀국 후에 뵙자고 했다"며 "사적인 인사도 나누고 또 서울시 여러 난제들, 강북지역 현안들에 관한 시장님 생각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푸른 점퍼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나온 안 후보는 "주민 분들을 만나느라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왔다"고 말하자, 박 시장은 "정말 선거운동 제대로 하시네요"라며 격려했다.
한시간 가량의 회동이 끝난 뒤 안 후보 측 무소속 송호창 의원은 "안 후보가 지역 주민을 만난 경험과 지역 현안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며 "정치권에 좋은 기운을 불어넣는 역할을 해달라는 게 박 시장의 말씀이었다"고 설명했다. 송 의원은 회동에 대한 정치적인 확대해석을 경계했으나 '제3세력화 시동''안 후보와 민주당 연대 모색'등 다양한 관측이 나왔다.
우선 노원병 출마 과정에서 각종 잡음에 휘말린 안 후보 측으로서는 정치적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안 후보가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가 '안기부 X파일'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곳에 출마한데다, 야권 연대에 대해서도 거리를 둬 야권에선 "명분 없는 출마로 야권을 분열시킨다"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민주당 소속이면서 진보정의당과 두루 인연을 맺고 있는 박 시장과의 만남을 통해 야권 내 부정적인 여론을 불식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 후보가 야권과의 협력을 위한 문을 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맞물려 민주당 내에서는 "노원병에 후보를 내지 말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3일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의 오찬에서 '노원병 무공천' 의견이 주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친노계 김태년 의원은 17일 "어렵겠지만 민주당이 노원병에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 결단을 내렸으면 한다"고 주장하는 등 '원칙적인 공천'을 주장해온 친노 주류 측의 기류도 바뀌고 있다.
안 후보가 민주당 입당과 야권 연대 등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제3정치 세력화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박 시장을 만났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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