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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환경사고에 '기업 책임법' 제정 움직임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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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환경사고에 '기업 책임법' 제정 움직임 본격화

입력
2013.03.1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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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경북 구미 불산 누출사고로 5명이 숨지고 500억원대 재산 피해를 냈지만 누출 기업인 휴브글로벌은 영세 업체라는 이유로 배상한 금액이 거의 없다. 대신 국민 세금 554억원이 들어갔다. 최근 여수산단 폭발사고까지 터지는 등 유해물질 누출 위험이 커지면서 이처럼 기업이 환경 사고에 책임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환경책임법을 도입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민주통합당 한정애 의원은 일명 환경책임법으로 불리는 현실성 있는 환경피해구제제도 도입을 위해 토론회를 주최하는 등 입법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환경책임법의 핵심은 기업의 배상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주민이 피해 사실과 기업의 과실 간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에게 무과실책임을 입증하도록 명문화하는 것이다. 독일은 낙동강 페놀사고에 비견되는 라인강 오염 사고 후인 1990년 배상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환경책임법을 도입했다.

현행 환경정책기본법에는 '환경오염 피해가 발생한 경우 원인자가 그 피해를 배상한다'는 선언적 규정만 있어 기업의 책임을 묻는 데 한계가 있다. 김태호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현행법에는 기업에 무거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해 판사가 적극적인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기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실제로 2007년 자동차 매연으로 호흡기 질환이 생겼다며 서울시민 20여명이 자동차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했지만 법원이 관련 정보를 모를 수밖에 없는 시민에게 유해성 입증 책임을 물어 패소했다. 2002년 인천 고잔동 주민 60여명은 인근 유리솜 공장이 폐유리섬유를 방치해 위장장애, 피부질환을 앓은 데 대해 소송을 제기, 승소했지만 일부 피해만 인정돼 예상보다 낮은 배상액을 받았다.

관건은 기업이 화학물질 관리 실태 등 내부 정보를 얼마나 공개하고 제도 도입에 호응할지다. 수년간 환경피해구제 제도를 연구해 온 한상운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연구위원은"구미 불산사고 이후 보험업계에 관련 보험 문의가 늘고 있다"며 "산업계 반발과 정부 무관심으로 1989년, 1997년, 2000년, 2005년에 환경책임법 제정 시도가 무산됐으나 잇따른 환경사고로 상황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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