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이사회(의장 이경재)가 어윤대 회장의 최측근인 박동창 KB금융 부사장의 해임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어서 큰 파문이 예상된다. 박 부사장이 KB금융 경영진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사외이사 3명의 재선임을 막기 위해 대주주들과 접촉해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과에 따라선 어 회장의 거취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도 박 부사장이 외국계 주주들에게 영향력이 절대적인 미국의 주총 안건 분석기관인 ISS 관계자를 만나 편향된 정보를 제공한 사실을 확인하고 검사에 들어갔다.
17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18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어 박 부사장의 해임안을 안건으로 올린다. KB금융 이사회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박 부사장이 ISS를 찾아가 ING생명 인수 무산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KB금융 경영진이 왜곡된 정보를 흘려 사외이사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파악한 뒤 해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는 11일 보고서에서 "작년 말 KB금융의 ING 한국법인 인수 무산은 일부 사외이사의 반대 때문이었다"고 지적한 뒤 "정부측 사외이사들로 인해 KB금융의 리더십과 독립성에 중대한 하자가 생긴 만큼 이경재(전 한국은행 감사), 배재욱(전 대통령 사정비서관), 김영과(전 금융정보분석원장) 등 사외이사 3명의 선임을 반대하라"고 기관투자가들에게 권고했다. 그러나 배 사외이사는 당시 ING 인수에 찬성표를 던졌고, 김 사외이사는 이번에 추천돼 ING건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ISS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자회사로 주총 안건을 분석해 전세계 1,700개 이상의 기관투자가들에게 의견을 제시한다.
실제 KB금융 이사회와 금융당국은 박 부사장이 지난달 27일 ISS를 방문해 "이사회 반대로 ING 인수가 무산됐고, 이 때문에 KB금융의 신뢰성과 주주가치가 훼손됐다"는 주장을 펼친 사실을 확인했다. 박 부사장은 KB금융 주주인 포스코와 SK 등에도 이사회가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ING 매각에 실패한 해외 금융자본이 ISS와 KB금융 경영진을 활용해 국내 금융산업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시도 중인 것으로 파악했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모건스탠리 자회사인 ISS가 KB경영진의 일방적인 주장을 그대로 담아 사외이사 선임 반대 보고서를 발표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종합검사에서 법규 위반 사항이 적발되면 해당 임원을 제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해외투기자본이 외국인 지분율 60%를 훌쩍 넘는 KB금융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현 KB경영진을 이용했으며, 어 회장 등 KB경영진 역시 껄끄러운 이사들을 밀어내기 위해 ISS를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태로 KB금융 지배구조는 물론 금융권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ISS 보고서 파문으로 KB금융 내홍이 더욱 심각해진 만큼 박 부사장 해임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면서 "상황에 따라서는 어 회장을 포함한 금융권 MB맨(강만수 산은금융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