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쌍용차 평택공장 르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쌍용차 평택공장 르포

입력
2013.03.17 17:36
0 0

지난 13일 찾은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공장안과 밖은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우선 공장 안. 코란도C를 생산하는 1공장 벽면은 수많은 문구들로 가득했다. ‘혼을 담은 코란도C’ ‘코란도C와 다시 태어난다’…. 한결같이 쌍용차의 트레이드마크 차량, 코란도에 대한 애정을 담은 표현이었다. 한 근로자는 “무결점 제품만이 모두가 살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쌍용자동차 무급휴직자 454명(징계해고자 포함 489명)이 회사로 돌아왔다. 4년만의 귀환이다. 참으로 길고 힘든 시간이었다. 2009년 4월 2,600명에 달하는 대량 감원발표 이후 장기파업과 유혈충돌, 대주주 교체(상하이차→마힌드라), 그리고 계속된 농성. 그 사이 회사는 망가져갔고, 근로자들은 지쳐갔다. 목숨을 끊거나 사망한 해고근로자와 가족만도 20명이 넘는다.

지난 1월 극적인 노사합의에 따라 이달 회사로 돌아온 무급휴직자들은 오랜만의 현업을 위해 현재 교육을 받고 있다. 정무영 상무는 “지난달 국내 완성차 5개사 가운데 우리만 유일하게 내수판매가 늘었다”면서 “복직 이후 회사분위기도 좋고 최근 코란도 투리스모 주문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는 만큼 앞으론 실적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쌍용차 여건이 그렇게 좋은 건 아니다. 경영 논리로만 본다면 무급 휴직자들을 복귀시킬 상황도 아니었다. 보통 자동차 공장은 2교대 방식으로 작업이 이뤄지는데, 쌍용차는 아직 생산물량이 적어 3개 라인 모두 1개조만 투입된다. 지금 인력도 남아도는 상황인 셈이다.

복직근로자들은 교육이 끝나면 렉스턴, 코란도 스포츠, 수출용 액티언, 카이런 등 주력 차종을 생산해 그나마 작업량이 가장 많은 제3라인(3공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3공장은 근무방식도 2교대로 전환되는데, 제한된 물량을 2개조가 나누다 보니 주 4회의 잔업은 없어지게 된다. 잔업중단은 곧 잔업수당지급이 중단된다는 뜻. 한 근로자는 “회사가 좋아질 수 있다면 좀 덜 받는 건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희망을 찾아가는 공장 안과 달리 공장 밖 분위기는 180도 달렸다. 적어도 이 곳에서만큼은 쌍용차 사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정리해고자 복직과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118일째(17일 현재) 아슬아슬한 송전탑 농성이 계속되고 있다. 농성중인 한상균 전 노조지부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회계조작에 따른 정리해고의 부당함과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반드시 국정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측 등이 제기한 430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도 정상화 앞에 놓인 중대 걸림돌이다.

무급 휴직자들이 돌아와 갈등의 한 축은 해소됐지만, 공장 밖 농성이 계속되다 보니 모두들 마음 속 응어리를 갖고 있는 듯 했다.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지만, ‘공장 밖 옛 동료’를 보는 ‘공장 안 근로자’들의 시선도 갈리고 있다. 3공장에서 만난 한 근로자는 “다들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적어도 같이 살고자 한다면 우선 차 판매가 늘 수 있도록 (농성이나 국정조사 같은) 방해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 복직근로자는 “국정조사는 안되더라도 정리해고자 150명 정도는 회사가 충분히 복직시킬 수 있는 것 아닌가. 4년 동안 회사는 저들과 대화 한번 제대로 하지 않았다. 해고자들이 흘린 피눈물을 생각해 좀 전향적인 태도를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회사가 할 수 있는 건 다했다고 본다. 해고든 복직이든 개별기업의 문제지만 더 이상 불행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이젠 커다란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평택=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