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로에 결석이 생겨서 비뇨기과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입원해 있는 비뇨기과 환자들은 대체로 두 종류였는데, 하나는 나처럼 결석이 생긴 사람들이었고, 다른 하나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해서 크게 다치면서 배뇨 기능에 문제가 생긴 사람들이었다. 후자의 환자들은 척추와 같이 당장 생명에 관련된 부분을 급히 치료하면서 일단 배뇨 기관은 제쳐두었다가, 주 치료가 끝난 후 배뇨 기관 쪽을 치료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배뇨 기관의 치료가 끝나면 다리나 팔과 같이 불편을 주는 곳을 치료하고 마지막으로, 필요하다면 피부나 정신적인 충격 등을 치료함으로써 환자는 완치된다. 즉 문제를 큰 문제와 작은 문제로 나누어서 큰 문제부터 처리하고, 차츰 작은 문제를 처리함으로써 문제 전체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큰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작은 문제를 새로 일으키기도 한다. 몸 속을 직접 치료하기 위해 멀쩡한 살을 찢는 수술이 바로 그런 방법을 적극적으로 구현하는 치료법이다.
이렇게 큰 문제부터 해결하고 차츰 작은 문제를 처리하는 것은 근대 과학의 중요한 방법론이었고, 급속한 발전을 가져온 도구였다. 아주 기본적인 문제라도 배후에는 이 방법이 전제가 되고 있다. 예를 들면 중력의 법칙을 연구하기 위해 지구의 움직임을 관찰할 때, 우선 가장 중요한 태양의 중력 효과만을 먼저 계산하고, 필요에 따라 달이나 목성과 같은 다른 행성의 효과를 생각하는 식이다. 이 방법은 체계적으로 구현하기 쉽고 따라서 배우기 쉽다. 그리고 우리가 모든 것을 알지 못하더라도, 어디까지 알고 있으며, 무엇을 모르는지 추산할 수 있다.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현대의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 이미 이런 방법을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을 수학으로는 급수라는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다. 급수란 일련의 수를 계속 더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학자들은 여러 가지 급수를 계산하는 법을 개발해 왔다. 위대한 수학자 가우스는 어린 시절에 1에서 100까지 더하는 간단한 방법을 스스로 고안했다고 한다. 특히 수가 무한히 많을 때, 무한한 수를 모두 더하는 무한급수의 합이 유한한 값이 되는가 하는 것은 수학에서 오랫동안 중요한 문제였다. 무한을 수학적으로 다루지 못하던 고대 그리스 시대의 사람들은 이 문제 때문에 많은 역설에 부딪쳤다. 특히 엘레아의 제논은 이 역설로 많은 사람을 괴롭힌 것으로 유명하다.
현실의 문제는 수많은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사실상 무한급수라고 볼 수 있다. 방금 예를 든 지구에 미치는 중력의 크기만 해도, 태양과 달과 태양계의 행성뿐 아니라 멀리 있는 수많은 별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멀리 있는 별 하나하나의 효과가 작더라도 그 수는 거의 무한히 많기 때문에 이들의 효과가 유한하고 충분히 작다는 것을 알지 못하면, 태양의 효과만 계산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일 것이다. 물론 경험적으로나 수학적으로나 우리는 많은 경우 무한급수의 효과를 잘 다루고 있으며, 이 방법으로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런데 이 방법에 너무 익숙해져서, 언제나 이 방법이 반드시 통하리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무한급수의 합이 반드시 유한한 값으로 수렴하는 것은 아니다. 병원에서 치료한 환자가 반드시 낫는 것도 아니다. 특히 새로운 현상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수렴하는지를 알 수 없는 무한급수와 늘 만나며,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모르는 문제를 두고 고심한다. 과학자들이 과학을 맹신하고 있어서 오만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제대로 된 과학자들은 무한의 근처에서 일하므로 늘 자연 법칙이 우리 손에서 벗어날 지를 두려워하며 겸손해 한다.
경상대 물리교육과 조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