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영주 농가에서 재배한 후지 사과의 산지가격은 1㎏당 2,500원이다. 이 사과가 산지 유통인을 통해 출하될 때 가격은 포장비, 운송비, 이윤이 덧붙여지며 3,056.8원으로 올라간다. 가락시장으로 사과가 넘어가면 가격은 3,200원으로, 중도매인을 거치면 3,600원으로 상승한다.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에서 구입하는 가격은 4,633.3원, 산지가격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금액이다. 사과의 유통비용은 2,133.3원, 전체의 46%를 차지한다.
경기도 이천의 한 돼지농가가 110㎏기준 한 마리를 팔고 받은 가격은 36만2,569원. 광주시 도축장을 거치면 38만5,219원으로 출하 당시 가격과는 큰 차이가 없다. 여기에 운송비, 포장비가 붙으며 마장동 축산물시장에선 48만1,144원으로 10만원가량 오르고 소비자들은 정육점에서 점포운영비, 인건비 등이 더해진 60만1,259원에 구입하게 된다. 유통비용이 전체의 39.7%에 달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서민물가안정을 위해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약속한 상황.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구매가 가장 왕성한 전통시장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7일 연세대 산학협력단(책임교수 오세조)이 지식경제부에 제출한 ‘유통산업 구조개선을 통한 물가안정방안’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전통시장에서 농축산물 유통비용은 평균 소비자가의 43.4%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소비자 지불가격을 100으로 봤을 때 ▦농가가 가져가는 비율은 56.6 ▦출하단계 유통비용 11.8 ▦도매단계 비용 9.6 ▦소매단계 비용 22.0에 달한다.
농축산물은 보통 5단계를 거쳐 시중에 유통된다. 농산물의 경우 생산자→산지유통인→도매시장→중간도매상→소매상을, 축산물 역시 생산자→수집 반출상(우시장·농협)→도축장→도매상→소매상을 거친다. 이처럼 유통단계가 높다 보니 단계마다 마진이 붙어, 결국 최종소비자 가격이 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2011년 주요 농산물 유통실태 조사결과’에서도 농축산물 소비자 가격의 41.8%가 유통비용이었다. 품목별로는 무·배추·상추 등 엽근채류의 유통비용이 69.7%로 가장 높았다. 이외에 소매가에서 차지하는 유통비용 비중은 당근(66.6%), 양파(71.9%), 쇠고기(42.2%), 돼지고기(38.9%), 닭고기(52.1%) 등이었다. 또 실증 조사 결과, 농민 등 생산자단체가 대형유통업체와 직거래하면 유통비용은 48.2%로 도매시장을 경유할 때보다 6.6%포인트 낮아지고, 농가가 얻는 소득은 12.9% 많아졌다는 것이다.
산학협력단은 “전통시장은 낮은 구매력 때문에 불필요한 유통마진이 생겨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므로 상인회나 같은 업종상인들이 연합하는 공동구매 방식으로 구매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승구 동국대 식품산업관리학과 교수도 “단순히 유통단계만 줄인다고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직거래가 아닌 농협과 민간 영농조합 등 농가를 서구처럼 조직화해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형마트는 신선식품 상품군을 직접 매입하는 경우가 사실상 대부분이어서 물류비를 제외한 유통비용이 거의 없었다. 다만 대형마트의 경우 농축산물 손상, 시세변동에 따른 손실비용(10~20%)과 별도의 판매 관리비(15~20%)가 책정되며 이것이 소매가의 40%에 육박했다고 산학협력단측은 지적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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