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동위원소 원료물질 '몰리브덴-99' 수급 차질 우려전 세계가 원자로 5기에 의존 네덜란드 등 2기 가동 중단 1기만 멈춰도 국내 수입 영향부산 기장군 생산용 원자로 예산 문제로 설계도 못 끝내 "2016년 완공 목표 어려워"
암이나 근골격계질환, 갑상샘질환, 신장질환 등을 진단하는 의료용 동위원소 원료물질인 '몰리브덴(Mo)-99'수급차질이 예상돼 핵의학영상검사에 다시 비상이 걸렸다. 이 물질은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생산 원자로에 이상이 있을 때마다 관련 검사가 중단되는 소동이 매번 되풀이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부산 기장군에 생산용원자로를 짓기로 결정했으나 예산부족으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연간 이용환자가 50만명에 이르는 이 검사의 원리는 무엇인지, 또 이 물질의 수급에는 왜 자꾸 문제가 생기는지 그 배경과 실태, 문제점 등을 점검해본다.
뼈로 암 전이 등 검사에 필수적
핵의학영상검사는 방사성동위원소를 몸 속에 주입한 다음 일정 시간이 지나 흡수되면 특수카메라로 촬영해 병이 퍼진 부위나 손상된 조직을 찾는 것이다. 특히 위암이나 유방암, 간암, 전립선암, 폐암 등이 뼈에까지 전이됐는지 확인하는데 필수다. 이 검사에 가장 많이 쓰이는 방사성동위원소는 '테크네튬(Tc)-99m'이다. 스스로 붕괴돼 반으로 줄어드는 시간(반감기)이 6~7시간으로 짧고 방출하는 방사선도 약해서 인체 진단용으로 쓰인다. 그러나 테크네튬은 자연에는 없는 인공원소라 만들어 써야 한다.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천연원소인 몰리브덴-98에 중성자를 쏘여 방사성동위원소인 몰리브덴-99(반감기 66시간)를 만들고, 이게 붕괴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테크네튬을 분리하면 된다. 그런데 이 방법은 한번에 많은 양을 얻기 어렵다. 반면 원자로에서 우라늄에 핵분열반응을 일으키면 몰리브덴-99가 대량 생산된다. 여기서 테크네튬을 뽑아내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
캐나다 등 가동중단 2주땐 차질
17일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에 따르면 국내 병원에 '몰리브덴-99'를 공급하는 네덜란드 원자로(HFR)가 현재 생산을 중단한 채 설비 보수 중이고 이어서 내달 중순에는 캐나다의 NRU도 정기점검을 위해 가동 중단될 예정이다. 국내에 몰리브덴 20% 이상을 공급하는 HFR과 NRU은 모두 가동 기간이 50년을 넘어 고장이 잦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HFR이 노후화로 일부 설비에서 삼중수소(원자로 가동 후 부수적으로 만들어지는 방사성동위원소)가 새어 나가 현지에서 이를 복구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HFR 측에 따르면 5월 재가동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HFR과 NRU가 모두 중단되는 기간이 2주 정도면 다른 나라 원자로에서 수입해 차질을 막을 수 있겠지만, 2주를 넘어가면 방사성동위원소 공급이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앞서 2008~2010년에도 이들 원자로가 가동 중단과 재가동을 반복함에 따라 국내 일부 병원들이 검사를 중단하거나 연기하는 사태가 잇따랐다.
병원 관계자는 "이 검사를 제때 못하면 전이 여부를 모른 채 자칫 암을 키울 수 있다"며 "방사성동위원소가 제한적으로 공급될 경우 병원들은 어쩔 수 없이 당장 수술이 필요하거나 생명이 위험한 환자 등 시급한 검사를 먼저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계 5개 원자로서 대부분 생산
현재 세계에서 가동 중인 연구용 원자로는 240여기지만, 이 중 7,8기만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한다. 게다가 주요 원자로 5기는 모두 지은 지 50년 가까이 됐다. 고장이 잦고 점검도 더 자주 해야 한다. 특히 세계 몰리브덴-99 필요량의 30% 이상씩을 감당하고 있는 캐나다 원자로 NRU와 네덜란드 HFR은 2016년 전후로 문을 닫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테크네튬 필요량의 20% 이상을 NRU와 HFR에서 들여온다. 원자로에서 생산된 몰리브덴-99는 별도의 기기(발생기)에 넣어두면 의료현장에서 바로 검사에 이용할 수 있는 형태의 테크네튬으로 바뀌는데, 국내 업체들이 주로 이 발생기를 일본이나 미국 기업을 통해 수입해 각 병원으로 공급한다.
원자로 5기 중 하나라도 가동을 멈추면 세계 각국에선 몰리브덴-99 확보를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해진다. 생산이 가능한 나라가 몰리브덴-99 가격을 크게 올려도 수입국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살 수밖에 없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산하 원자력기구(NEA)가 나서서 회원국 간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의 공정한 거래를 조정하고 있지만, 원자로 여러 기가 동시에 멈출 경우엔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2016년 국내 새 원자로 설립 예정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수입이 어려워지면 평소 대부분 실험용으로 운영되는 국내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가 비상가동에 들어가 몰리브덴-99를 생산한다. 그러나 하나로는 우라늄이 아니라 중성자로 몰리브?99를 만들기 때문에 생산량이 적다. 최대한 가동해도 국내 필요량의 5%밖에 못 만든다. 결국 NRU와 HFT이 예정대로 가동해주길 바라만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예측하고 원자로를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짓기로 결정했으나 아직 설계도 못 끝냈다. 예산이 제때 지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기장 원자로 건설에 약 2,700억원이 필요한데, 올해 예산은 단 300억원"이라며 "이대로라면 2016년 완공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