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을 탄생시킨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 과정이 비교적 상세히 공개됐다.
15일 외신에 따르면 유력 후보로 꼽힌 이탈리아 밀라노 대주교 안젤로 스콜라 추기경은 첫 투표에서 앞서 나가긴 했어도 압도적 두각을 보이지 못하자 자신에 대한 지지 호소를 접고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교황의 세속명) 추기경을 위한 조정자 역할을 자임했다.
스콜라 추기경은 그를 적대시하는 이탈리아 추기경단의 내분으로 꿈을 접었으며 반대로 베르골리오는 빈민을 위해 일한 개인적 매력과 새 인물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로 인해 전면으로 떠올랐다. 라틴아메리카로 이주한 이탈리아 가문 출신이라는 것도 그의 부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13일 세번째 투표 이후 자신에 대한 지지가 많아지자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점심 시간 때 베르골리오 옆에 앉았던 션 오말리 보스턴 추기경은 "그는 평소 유머러스하고 편하고 함께 있으면 즐거운 사람인데 그때는 말없이 생각이 많아 보였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다섯번째 투표가 끝난 뒤 검수관이 용지에 적힌 이름을 호명했는데 베르골리오 이름이 연이어 나왔다. 그리고 마침내 베르골리오를 적은 용지가 매직넘버 77명(추기경단의 3분의 2)에 도달하자 추기경들이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아일랜드의 션 브래디 추기경은 당시의 모습을 "감동적"이라고 표현했고 미국 뉴욕의 티머시 돌란 추기경은 "눈가가 촉촉하지 않은 추기경은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추기경들은 이날의 투표 경험도 전했다. 오말리 추기경은 "투표용지에 이름을 써서 접시에 놓기 위해 걸어가 '최후의 심판'(콘클라베가 열린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 앞에 설 때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네줄의 테이블에 앉은 추기경들은 용지에 '나는 교황으로 ○○○를 선출한다'라고 쓴 뒤 금과 은으로 만든 접시에 놓았다. 검수관 역할을 한 추기경 3명은 투표용지에 적힌 이름을 하나하나 읽은 뒤 용지를 따로 모아 화로에 넣었다. 프란치스코는 교황 선출 직후 추기경 알현을 받을 때 관습대로 의자에 앉는 것을 거부하고 일어서서 그들을 맞았다.
추기경들은 콘클라베 시작과 함께 "선거 과정의 비밀을 지키겠다"는 서약을 하지만 AP통신은 "서약에도 불구하고 추기경들은 관행적으로 추억을 (외부에 알려) 공유하곤 한다"고 전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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