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의 청와대 회동은 협상 당사자인 야당이 빠진 '반쪽 회동'이었다. 게다가 미래창조과학부 역할에 대한 박 대통령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박 대통령은 핵심 쟁점인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기능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을 제외한 일부 사안에서 양보할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 교착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돌파구를 당장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박 대통령은 이날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 등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자마자 준비해 온 메모를 보면서 미래창조과학부와 관련한 쟁점과 자신의 입장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45일째 표류하면서 국정 공백 장기화에 대한 박 대통령의 절박감이 그대로 반영된 듯 보였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새 시장을 창출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핵심 과제를 위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를 포함한 유료방송 인허가정책이나 주파수정책 등이 미래창조과학부에 있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이런 핵심이 빠지면 헛 껍데기만 남는 미래창조과학부가 된다"고 강조했다. SO 관할 업무는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담화에서도 "껍데기만 남는 미래창조과학부는 만들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자신이 구상한 미래창조과학부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정치권에선 여야 협상이 당장 타결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지난 4일 대통령 대국민담화와 오늘 청와대 회동 등 여야 간 상호 양보가 있을 때마다 박 대통령은 여당에게 '양보는 있을 수 없다'는 경고 메시지를 날린다"며 "더 이상 협상을 방해하지 말고 국회의 일은 국회가 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SO 관할 업무는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되, 방송의 공정성 확보 방안을 구체화 하는 선에서 여야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특별법 대신 특위를 구성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기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청와대 회동을 마친 뒤 이날 밤 우원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만나 협상을 벌였으나 이견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우 원내부대표 측은 "1시간가량 만났지만 격론만 오갔을 뿐 아무 소득 없이 끝났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청와대 회동에 앞서 민주당 지도부의 불참 배경을 두고 청와대와 민주당 사이에 감정싸움도 벌어졌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야당에서 자신들의 뜻을 수용하지 못하면 참석하지 않겠다고 통보해 와 여당 측만 참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민주당은 여야가 의견을 절충한 후에 대통령과의 회동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라며 "윤 대변인의 브리핑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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