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난할 것으로 보였던 70점대 기록을 가로 막은 건 롱에지 판정이었다.
김연아는 15일 새벽(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점수는 69.97점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김연아도 경기를 마친 뒤 점수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장에서는 70점은 가뿐히 넘기리라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실제로 비슷한 연기를 보인 작년 12월 독일 NRW트로피에서의 점수는 72.27점이었다.
점수가 낮아진 결정적인 계기는 두 번째 과제인 트리플 플립에 있었다. 플립은 앞을 보고 가다가 몸을 180도로 돌린 뒤 오른발 토(앞 톱니)로 도약해 오른발 아웃 에지(바깥쪽 날)로 착지하는 점프다. 김연아는 특유의 속도와 높이를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3회전을 마치고 착지했다.
그러나 뛰어오르는 순간의 미묘한 에지 변화가 문제가 됐다. 오른발이 아니라 왼발이 문제였다. 트리플 플립은 오른발로 얼음을 찍어 점프하는 순간 왼쪽 발목을 안쪽으로 꺾어 인 에지를 쓰는 점프인데, 뛰는 순간 아웃 에지를 사용했다는 판정이 나왔다. 그 탓에 NRW트로피 당시 수행점수(GOE) 1.40점을 더해 6.70점을 받은 이 점프에서 김연아는 오히려 0.20점이 감점돼 5.10점을 받는 데 그쳤다.
플립은 과거 여러 차례 '악연'이 있는 기술이다. 김연아는 2008년 11월 그랑프리 3차 대회에서 처음으로 플립 점프에서 롱에지 판정을 받았다. 이듬해 2월 4대륙선수권대회에서도 쇼트와 프리에서 연달아 '에지 사용에 주의하라'는 의미의 '어텐션(!)' 판정이 내려졌다. 당시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구사하던 김연아는 이후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로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 김연아가 플립을 단독 점프로 뛴 이후 롱에지 판정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이와 별개로 심판진이 유독 김연아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 논란을 낳고 있다. 김연아 이후 연기를 펼친 주요 경쟁자들은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고도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받았다.
일본의 아사다 마오(23)는 트리플 플립을 뛰다가 한 차례 회전수 부족 판정을 받고, 루프 점프도 1회전으로 처리하는 등 실수를 연발했지만 62.10점을 받았다. 특히 주특기로 내세우는 트리플 악셀도 착지할 때 두 발을 사용해 감점 요인이 있었지만 심판진은 이를 지적하지 않고 오히려 0.14점의 GOE를 줬다.
2위에 오른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도 후한 점수를 받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코스트너가 받은 예술점수(PCS)는 무려 33.85점에 달한다. 김연아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완벽한 연기를 한 뒤 받은 33.80점보다 높다. 코스트너가 특유의 힘 있는 스케이팅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점프 도중 한 차례 엉덩방아를 찧는 실수를 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점수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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