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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정의 사람, 이야기] “현실이 바닥이라도 1%의 가능성 찾아 100%로 만드는 것, 그것이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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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정의 사람, 이야기] “현실이 바닥이라도 1%의 가능성 찾아 100%로 만드는 것, 그것이 리더”

입력
2013.03.1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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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野神)’ 김성근(71) 감독은 지옥훈련으로 유명하다. LG 트윈스 이진영 선수는 SK 와이번스 시절 일본 고치현 바닷가에서 동계훈련을 할 때 어찌나 힘들던지 땔감으로 쓰던 부러진 방망이들로 뗏목 만들어 도망가는 상상까지 했단다. 김 감독은 그렇게 해서 만년 꼴찌던 쌍방울 레이더스를 1996년 리그 2위에 올려놓았고, 하위권을 맴돌던 SK를 2007~2010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시켜 세 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독한 승부욕 탓에 시련도 많았다. 잦은 번트와 마운드 교체 등 치밀한 작전에 기반한 그의 이른바 ‘이기는 야구’에 대해 한편에선 재미없다, 승부에만 집착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구단과의 불화도 잦아 첫 프로팀 감독을 맡은 OB를 제외하곤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 SK에서 줄줄이 해고당했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 유일의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를 맡아 2군 교류경기에서 20승을 올리고 이희성(LG) 등 선수 5명을 프로팀에 입단시켜 “역시 명감독”이란 찬사를 들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책을 내밀며 사인을 부탁했다. 김성근 감독은 먼저 '一球二無(일구이무)'라고 썼다. 그의 좌우명이다. 다음은 없다는 각오로 매 순간 전력을 다한다는 뜻. 더 깊게는 "인내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기회가 와도 잡을 수 없다"는 뜻이 담겨 있단다. 사인 뒤에는 그가 OB 코치 시절부터 써온 등 번호 '38'이 꼬리처럼 붙었다. "광땡 아니면 따라지, 도 아니면 모라는 거죠, 인생은.(웃음)"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k.co.kr
인터뷰를 마친 뒤 책을 내밀며 사인을 부탁했다. 김성근 감독은 먼저 '一球二無(일구이무)'라고 썼다. 그의 좌우명이다. 다음은 없다는 각오로 매 순간 전력을 다한다는 뜻. 더 깊게는 "인내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기회가 와도 잡을 수 없다"는 뜻이 담겨 있단다. 사인 뒤에는 그가 OB 코치 시절부터 써온 등 번호 '38'이 꼬리처럼 붙었다. "광땡 아니면 따라지, 도 아니면 모라는 거죠, 인생은.(웃음)"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k.co.kr

그가 44년간의 감독 생활을 통해 터득한 리더십을 담아 를 냈다. 최정 김광현(SK) 류택현(LG) 정대현(롯데) 등 제자 10명의 편지를 사이사이에 넣어 함께 추억하고 대화하듯 풀어낸 점이 이채롭다. 어느 발 빠른 독자가 인터넷에 올린 평처럼 그의 팬이라면 “웃다가 콧등이 시큰해지고 눈물이 펑펑 쏟아”질 터. 자신을 둘러싼 숱한 논란 혹은 오해에 대해 나름대로 해명하고, 더러는 항변하기도 했다. 13일 오후 고양 원더스 훈련장, 그라운드가 한 눈에 내다 보이는 감독실에서 그를 만났다.

-선수들 편지 글 내용이 찡합니다.

리더십 책들이 많은데 이렇게 엮으면 재미있겠다 싶었어요. 최종 원고를 보는데 눈물이 나더라고. 얘들이 이렇게 고생했구나 싶은 게…. 최동수(LG)가 펑고(수비 훈련을 위해 쳐주는 공)를 목에 맞고도 참고 훈련한 뒤 변기 잡고 피를 토했다거나 처음 듣는 얘기가 많아요. 힘드냐 어떠냐 물어본 적이 없거든, 물어보면 제가 약해지니까.

-제목도 직접 지었습니까?

편집자가 가져왔는데 괜찮네, 했어요. 노상 하는 얘기니까. 기업에서 강의할 때도 강조하는데, 조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이잖아요. 이 세상에 쓸모 없는 사람은 없어요. 단 1%의 가능성이라도 발견해 그걸 100%로 만들어주는 게 리더의 역할이에요. 늘 고민에 빠져 살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서 같이 성장하는 거죠. 쉽게 버리는 사람은 못 커요.

그는 책에서 “김성근은 무조건 세게 훈련만 시킨다? 나를 잘못 알고 하는 소리”라면서 생생한 경험담을 버무려 리더십 각론을 풀어놓는다. SK 선수들을 ▦실력ㆍ욕심 있고 자기 관리도 가능한 김광현 ▦실력이 부족하고 욕심은 있으나 나서지 못하는 박정권 ▦실력은 있지만 목표의식이 부족한 정근우 ▦실력은 부족하나 욕심 있는 최정 등 네 유형으로 나눠 맞춤형 지도법을 설명하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별명 ‘잠자리 눈’에 얽힌 사연을 소개하며 그저 보는 견(見)에서 자세히 들여다 보는 관(觀), 아픈 곳을 짚어내는 진(診)으로 단계를 높여갈 것을 조언한다. 밑바닥 팀을 이끌었던 고충을 털어놓으며 “상황을 탓해 본 적 없다. 현실이 바닥이라면 거기서부터 출발하면 된다. 최악을 최선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리더다”라고 역설한다. 어찌 보면 뻔한 얘기지만, “그냥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 개성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로 마음을 울린다.

-그 관점에서 현재 프로야구팀 감독들의 리더십을 평가한다면?

글쎄… 요새 젊은 감독들 보면 버림이 빠르지 않나 싶어요.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경험이 짧아요. 나는 재일교포로 한국에 살면서 순간의 무서움을 처절하게 느꼈는데, 그만큼 고통을 겪어보지 못한 거죠. 사실 우리사회 전체가 참고 기다려주는 인내가 부족해요. 금세 버리고 바꾸고 버리고 바꾸고…. 정치도 마찬가지죠. 대학 교수가 정치 해봐야 얼마나 하겠어요? 현장 감각도, 상황 판단력도 없는데. 그러니 거의 실패하잖아요.

-SK에서 프로 감독 23년 만에 첫 우승을 했을 때보다 쌍방울이 리그 2위에 올랐을 때 더 기뻤다고 했는데.

정상에 올랐을 때 느끼는 건 해냈구나 하는 안도감이고, 이내 앞일에 대한 걱정이 몰려와요. 그 순간 우승은 과거가 돼 버리니까. 쌍방울은 정말 아무 것도 없었어요. 전력도 약했고 1년 예산이 고작 50억원으로 지원도 형편 없었죠. 현대는 200억이었는데. 한끼 밥값도 쌍방울은 6,000~7,000원, 현대는 2만~3만원이었어요. 어떻게 얘네들 사기를 올려 싸우게 만들 거냐, 그래서 일부러 심판한테 붙어 퇴장 당하기도 했죠. 뒷짐 지고 가슴만 내밀었는데 심판이 갈비뼈가 부러졌다는 진단서를 끊어와 벌금 500만원을 물기도 했고. 그런 팀이 리그 2위까지 올라갔으니 우승보다 몇 배는 값진 거죠. 멤버 좋으면 얼마든지 우승할 수 있어요. 최악의 조건에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냈으니 그 경험이 즐거운 거죠.

-가장 후회하거나 아쉬웠던 일은?

내가 많이 부족해서 아이들을 더 잘 이끌어주지 못한 거죠. 지금도 만족스럽진 않지만, 돌아보면 안타깝고 미안한 순간들이 아주 많아요. 특히 OB 감독 시절엔 야구 기술도, 리더십도 많이 모자랐죠. LG 그만두고 일본 지바 롯데에 가서야, 야구의 미래나 사회적 역할 같은 걸 전혀 돌아보지 않고 승부에 매달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구나 싶었어요.

-한 인터뷰에서 최고의 투수로 선동열, 타자는 이대호, 포수는 애제자인 박경완을 들었는데, 제자들 가운데 최고의 투수, 타자를 꼽는다면?

투수로 제일 스케일 큰 건 김광현이죠. 타자는 이승엽이 뛰어나지만 제일 노력하는 선수는 최정이에요. 노력이 재능보다 강하다는 걸 입증했죠. 제주에 가면 나무들이 작고 뿌리가 깊어요. 그래야 태풍 속에서 버틸 수 있으니까.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노력하지 않으면 뿌리 얕은 나무처럼 금세 쓰러져요.

-선수들이나 코치들과 밥을 같이 먹지 않는 이유가 뭔가요?

너무 가깝게 지내면 정이 앞서 흔들려요. 요즘 소통, 소통 하는데 진짜 소통은 눈과 가슴으로 하는 거죠. 말은 얼마든지 속일 수 있어요. 어려울 때나 좋을 때나 일관된 태도를 취하는 것, 거기에서 믿음이 생기는 거죠. 흔히 칭찬을 여덟, 야단은 둘만 하라는데, 나는 거꾸로 해요. 어쩌다 칭찬해도 과대(誇大)는 못해요. “나이스 배팅, 좋았어” 그 정도죠. “야 너 말이야, 어제 대단하더라” 그런 말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해요.(웃음)

-롯데로 이적한 정대현 선수가 부상 재활 후 복귀 첫 경기를 치른 날 ‘대현아 사랑한다’는 문자를 보냈다면서요. 약주 한 잔 걸친 뒤였나요?

정대현이 ‘감독님 사랑합니다’는 문자를 보내 답해 준 걸 텐데.(정대현에 따르면 문자는 김 감독이 먼저 보냈다) 정대현과는 스승, 제자를 떠나 남자 대 남자예요. 정대현 없었으면 ‘SK 야구’도 없었어요. 심지 굳고 의리 있고 팀을 위해 희생할 줄도 알고. 구단하고 계약문제로 갈등할 때도 저와의 의리 때문에 손해 보면서 도장 찍었죠. 남자끼리 아니면 못하는 일이에요. 저한테는 그런 친구가 많아요.

-선수들에게 하는 최고의 애정 표현은 뭔가요?

애정? 연습 많이 시키는 거.(웃음)

-야단 칠 때 욕도 하나요?

어디까지가 욕인지 모르겠는데, 숫자 나온다든가 그런 소린 안 해요. 잘 하다 엉뚱하게 나갈 때 “거지 같은 자식, 지랄하네” 이 말은 잘 써요. 그건 욕 아닌데.(웃음)

-선수들 챙기느라 가족은 뒷전이었죠?

SK 때는 1년에 사나흘 집에 갔어요. 남들 보면 가정이 개판인 줄 알겠죠. 심하게 말하면 서로 버린 처자식, 버린 남편ㆍ아버지인데, 결혼 초부터 그랬으니까 우리 집은 이렇구나 하고 사는 거죠. 해수욕 가본 적도 없어요. 아, 40년 전에 한번 갔지.(웃음)

-늘 칼날 위에 서 있는 듯한 긴장과 지독한 외로움을 어떻게 견디나요?

오래 걷거나 혼자 방안에 가만히 있으면 좀 풀려요. 가끔 술도 마시고. 리더는 긴장과 외로움 속에서 사는 게 정상이에요. 고독해서 못 견디겠다 느끼는 순간 끝나는 거죠.

-‘김성근 야구’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한계를 설정하지 않는 야구. 사람의 잠재능력은 무궁무진해요. 50에서 100을 뽑아내고 200, 300 높여가는 거죠. ‘데이터 야구’라고도 하는데,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데이터는 버려야 할 때가 많아요. 오늘같이 바람 부는 날도 바람의 세기나 방향이 다 다르니까. 더 중요한 건 감독의 직감이에요. 물론 직감도 데이터가 머리 속에 정리돼 있어야 나오죠.

-사람들이 왜 그렇게 김성근 야구는 재미없다, 승부에 집착한다고 비난할까요?

승부의 세계를 모르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어요. 회사는 돈 버는 것, 스포츠는 이기는 게 목적 아닌가요? 즐기는 야구? 그게 뭐죠? 고생고생 해서 이뤄가는 과정, 그렇게 얻은 성과를 즐기는 거죠. 그냥 대충 즐긴다? 그건 ‘놀고 있네’죠. SK 팬들도 우리가 악착같이 살려고 했던 데서 감동 받고 이겨서 즐거웠던 거 아닌가요?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이쯤에서 그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빈볼 시비로 다툼이 벌어지고 억울하게 SK만 비난을 받았을 때 우리 선수들을 보호하기는커녕 ‘깨끗한 야구를 해달라’고 몰아붙이는가 하면, ‘우승해도 즐겁지 않다’는 말로 감독과 선수들을 모독한” SK 구단 경영진에 대한 분노가 아직 식지 않은 듯했다. “나한테 더럽다고 했는데 SK 사업이나 깨끗하게 하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언젠가 이 일들을 책으로 쓸 생각”이라고도 했다.

-선수들한테는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아야지 직구로 승부하지 말라’고 하면서 정작 본인은 직구로만 승부해 온 셈인데.

그러니까 지금 이 나이까지 야구 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 토끼와 거북이 얘기 있附틸? 거북이는 자기 갈 길을 꾸준히 가요, 바람이 불든 비가 오든. 토끼처럼 재주만 믿고 팔딱거리면 한 순간은 이길지 몰라도 거기서 끝나요. 나는 거북이같이 살아왔어요. 어떤 비난이 날아와도, 내 갈 길을 걸어갔죠. 거북이는 ‘빠꾸’ 안 해요.(웃음)

‘열정에게 기회를’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프로구단에서 탈락한 선수들에게 ‘희망의 빛’을 보여준 고양 원더스는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박근혜 후보가 잇따라 방문하면서 더 주목을 받았다. “창단 첫해에는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었다면 이제는 수준을 높여가야죠. 이겨도 어떻게 이기느냐가 중요해요. 우리가 미숙한데 상대팀이 더 미숙하면 이길 수 있거든요. 얘네들 목표가 다 프로 진출인데, 아직 멀었어요. 그래서 제가 요즘 많이 예민해졌습니다.” 그는 고양 원더스가 프로 2군들과 교류경기만 할 뿐 퓨처스리그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무능’과 ‘재벌 구단주들의 이기심’을 질타했다. “지난해 어느 프로팀이 우리한테 지니까 프런트(구단)에서 난리가 났대요. 한마디로 쪽 팔리니까 우리랑 경기하지 말라는 거예요. 패(敗)라는 건 실패가 아니라 새 길을 열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잖아요. 어찌 그리들 소견이 좁은지…. 재벌 구단주들에 휘둘려 스스로 권위를 상실시켜버린 KBO도 문제예요.”

-10구단 KT 감독 물망에 올라 있는데요.

정치판에도 후보에만 올랐다가 떨어진 사람 많잖아요.(웃음) 누굴 만나거나 제안을 받은 일이 없는데, 뭐라 하든 고양 원더스에도, KT에도 결례예요. 지난해 고양과 2년 재계약을 했는데, 10구단을 염두에 뒀다면 기다렸을지도 몰라요. 허 민 고양 원더스 구단주가 지난해 말 어느 시상식에서 그랬잖아요. “나는 감독님하고 결혼한 사이”라고.(웃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의 충격파가 큽니다. 지난해 이런 사태를 예견한 듯 ‘한국야구의 위기’를 말씀하셨는데, 뭐가 문제인가요?

야구계 전체가 지금 이 자리에 안주해 타협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한국야구의 미래를 어떻게 그려갈지 목표도 없고 만들려는 노력도 안 해요. 일본에서 활약중인 재일교포 선수들이나 아시아 선수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야 해요. 우리나라 선수만 키우려 하면 미래가 없어요. 프로팀밖에는 갈 데가 없어 야구선수 실업자가 한해 500, 600명씩 나오는데 다들 손 놓고 있어요. 야구할까 공부할까 고민하는 아이들이 이런 현실을 보면 당연히 야구를 그만두겠죠. 미래가 없으니까. 9구단 체제로 내년까지 가는 것도 문제예요. 10구단에 챙겨줄 거 챙겨주고 빨리 뛰게 해야죠. 얻어맞더라도 그러면서 크는 거죠. 구단주들이 텃세만 부렸지 야구 발전을 위해 뭘 했나요? 삼성이 대구에 번듯한 야구장 하나 지었나요? 골프 치고 술 마시고 쓸데없이 해외경기 쫓아다니는 돈 아껴 뭐라도 투자를 하라고요.

-우리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어떻게 보나요?

나는 좋다고 봐요. 큰 선수들이 빠져 나가서 한국야구가 위기다? 그럼 구단들에서 그만큼 투자해서 붙들면 되죠. 구단들이 선수들한테 투자를 너무 안 해요. 선수들이 자기 주장할 수 있는 건 계약할 때 한 번뿐인데, 돈만 밝히는 건방진 놈이라느니, 이러고 있잖아요. 훈련장에서, 경기장에서 피땀 흘리는 야구인들을 우습게 아는 거죠. 해외에 나갔다 몇 년 안에 돌아오더라도 뭐라도 배워올 거 아니에요? 프로팀 거치지 않고 바로 나갔다 돌아온 선수들을 못 뛰게 하는 것도 우스워요. 박찬호는 받아주면서, 이게 뭡니까?

-류현진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요?

경기는 못 봤는데, 쉽지 않을 거예요. 국제대회에서 잘 던졌다지만, 약한 팀도 센 팀하고 붙어 한번은 이길 수 있는 게 야구예요. 그러다 세 번, 네 번 붙으면 얘기가 달라지죠. 계약할 때부터 딱 숨어서 몸 만들고 기술 개발하고 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치열하게 준비한 것 같지 않아요. 오늘 아침 어느 신문 보니 제3의 변화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던데, 지금이 아니라 벌써 했어야 한다는 거죠. 좀더 두고 봐야겠지만.

타협을 모르는 돌직구 행보로 적도 많지만, 야구를 향한 그의 열정만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에겐 만족도, 변명도, 한계 두기도, 배움을 게을리 하는 것도 모두 타협이다. “화장실에 앉아 책 보느라 치질까지 생겼다”는 그는 요즘도 야구 서적뿐 아니라 동서양의 고전, 세계적 리더들의 일대기 등을 꾸준히 읽고 있다. 은퇴는 언제쯤 하느냐고 묻자, 쏘아붙이듯 말했다. “왜 물어봐요? 나이죠? 저기 냉장고 문에 달린 길쭉한 튜브 보이죠. 저걸로 근육 강화 운동하고 팔굽혀 펴기 100개, 200개씩 합니다. 체력은 만들면 돼요. 종일 운동장에서 서서 펑고 1,000개씩 쳐도 끄떡없어요. 죽어야 은퇴하는 거죠. 그 전에 대학팀 감독은 꼭 한번 하고 싶어요.”

선임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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