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싼 정치적 교착을 타개하기 위한 여야 청와대 회동이 또 다시 무산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오후 여야 대표단을 청와대로 초청, 국회의 협력을 요청할 계획이었으나 민주통합당의 불참 통보로 반쪽 회동에 그쳤다.
우리는 여러 차례 야당의 입장에 이해를 표하며, 박 대통령의 양보 결단만이 문제 해결의 첩경임을 강조해왔다. 종합유선방송사(SO) 업무 관할권을 방송위에 두어야 한다는 야당 주장만이 옳아서가 아니다. 온갖 요소가 복잡하게 뒤엉켰을 여야 주장의 옳고 그름을 따져봐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파업에 따른 조업 중단의 장기화를 푸는 데 사용자의 결단이 긴요하듯, '정부 파행'은 국정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의 해결 의지가 더 강하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여의도 정치 경험에 비추어 국회의 행태에 익숙할 만한 박 대통령이 제대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도 안타까웠다.
그러나 최근 두 차례의 청와대 회동이 무산되거나 비틀거린 데서는 야당의 정치력 부재에 새삼스럽게 눈길이 간다. 어제 회동과 관련 야당은 자신들의 뜻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참석할 수 없다고 청와대에 통보했다고 한다. 돌이켜 보면 지난 3일로 예정됐던 청와대 회동의 주된 불참 사유는 야당이 미처 입장을 정리하기 전에 청와대가 먼저 발표한 '절차상의 무례와 일방통행'이었다. 어제의 무리한 회동 불참 사유는 첫 회동 불참 사유의 정당성마저 희석해 버렸다.
도대체 민주주의 정치에서 만나서 대화하는 것 빼고 정치적 이견을 조정해 낼 다른 방법이 무언가. 만나서 털어놓고 얘기해 보자는데, 미리 결론이 나야만 만날 수 있다는 발상은 어디서 나왔나. 청와대가 들어가기만 하면 주눅이 들어 꼬리를 내리게 되는 호랑이 굴이라는 뜻인가.
이번 회동 거부로 현재의 교착 상태가 절반은 야당 지도부의 책임이라는 점이 한결 분명해졌다. 스스로의 지도력ㆍ구심력 부재에 발목이 묶인 마당에 대통령의 정치력 부족이나 여당의 '박심(朴心) 추종'을 목청껏 비난해봐야 헛일이다. 민주당의 맹성과 변화를 촉구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