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시절 대북 비밀접촉 주역이었던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이 14일 이임식을 끝으로 28년 간의 공직 생활을 마감했다.
김 전 차관은 이날 이임사에서 "분단 질서가 녹슬어 푸석거리고 있다. 현실 속에서 시퍼렇던 분단대결은 이제 무대 위에 올려진 소극(笑劇)이 됐고 지금은 막장을 향해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반도에서만 시대에 맞지 않는 분단 상황이 지속되는 것을 소극으로 표현하면서, 한반도의 분단 질서가 마무리되는 마지막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공직생활을 하면서 남들이 해보지 못하는 특이한 일들도 해보봤다"고 언급해 주목을 끌었다. 이른바 'K실장'이라는 이니셜로 대북 비밀접촉을 주도한 경험을 간접적으로 암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김 전 차관은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2009년 11월 개성에서 원동연 북한 통일전선부 부부장을 만났고, 이후 북측에 의해 2011년 5월 베이징 비밀접촉 당사자로 이름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는 통일정책에 대한 당파적 갈등에 대한 일침도 잊지 않았다. 김 전 차관은 "통일 문제에 대해 때로는 엉뚱하기도 하고 특정 계파와 당의 잣대로 사리에 맞지 않게 국익을 재단하는 경우까지 있다. 이것에 동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북 포용정책을 추구해온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이후 원칙을 강조한 이명박 정부에서의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소모적인 논란이 빚어졌던 것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퇴임 후 활동 방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일단은 집에서 푹 쉬고 싶을 뿐"이라며 "그 다음에 차분히 향후 계획을 정리하겠다"고 답한 뒤 집무실을 떠났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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