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도 매년 예산 심사 때마다 동료 의원에게 민원성 쪽지를 전달해 지역구 예산을 챙기는 이유가 통계적으로 확인됐다. '쪽지 예산'으로 도로ㆍ철도 등 지역 예산을 1억원 늘릴 때마다 다음 선거에서 재선될 확률은 평균 0.9% 가량 높아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4일 내놓은 '공공투자사업의 정치경제학'보고서에 따르면 1999~2010년 이뤄진 국책사업과 국회의원 및 지방선거 결과를 연결해 분석한 결과, 지역구에서 추진 중인 재정사업의 국고지원액이 클수록 해당 의원이나 단체장의 재선 확률이 뚜렷하게 높아졌다.
17대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지역구 사업 규모가 6,000만원 가량인 국회의원의 재선 확률은 43.1%에 머물렀으나, 사업규모가 11억원으로 커졌을 때는 52.5%로 9.4%포인트나 높았다. 지역 예산을 1억원 더 딸 때마다 재선확률이 0.9% 가량 높아진 것이다. 사업 규모가 100억원에 육박하면 1억원의 당선 기여율은 소폭 하락했으나 액수에 비례해 당선 확률이 높아지는 건 여전했다. 사업 규모가 81억원 가량인 지역구 의원의 재선 확률은 58.8%에 달했다.
특히 최근 치러진 선거일수록 지역 예산의 당선 기여율이 높았다. 17대 총선에서 600억원의 국고 사업을 딸 경우 재선 확률은 64.8%였으나, 18대에서는 77.3%로 치솟았다. 시장ㆍ군수 등 자치단체장의 경우 돈의 위력이 더욱 심해, 5회 지방선거에서 600억원의 국고 사업을 배경으로 현역 단체장이 출마했다면 재선 확률이 83.9%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됐다.
KDI 김재훈 부연구위원은 "국책사업에서 지자체의 예산 분담수준을 현재보다 높여 무분별한 사업 유치에 따른 인센티브를 줄이는 한편 총선과 지방선거 주기를 일치시켜 국회의원의 단체장에 대한 공천 영향력을 약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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