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왜 19금(청소년 관람불가)영화야. 잔인해서?" "그게 뭐가 잔인하냐. 그런 건 15금에도 나오지 않아?"
고교생 A(17)군이 최근 친구와 함께 경기 용인의 한 L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에서 영화 '스토커'를 관람한 뒤 나오면서 나눈 대화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스토커'는 목을 조르고 머리에 총을 쏘는 등 살인과 복수에 대한 폭력 수위가 높단 이유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판정을 받은 영화다.
어떻게 청소년인 A군 일행이 이 영화를 태연하게 보고 나올 수 있었을까. A군은 비슷한 시간대에 12세 이상 관람가인 2관의 '잭 더 자이언트 킬러'표를 구입한 뒤 3관으로 들어가 '스토커'를 본 것이다.
멀티플렉스에서 성인 영화와 동시간대의 다른 영화표를 사서 입장한 뒤 성인 영화 상영관으로 몰래 들어가서 보는 게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이다. 10대 청소년들은 이를 '관 타기'라 부른다.
영화나 소설 같은 관심사를 나누는 중ㆍ고교생 커뮤니티 카페에선 공공연하게 '관 타기 이용 후기'가 나돌고 있다. A군도 스토커를 본 뒤 한 카페에 생생한 체험담을 올리면서 "다음에는 영화 '사이코메트리'도 볼 겁니다"라고 적었다.
이 같은 관 타기가 퍼지는 이유는 다수의 상영관으로 가는 입구에서만 직원이 표와 신분을 확인할 뿐 개별 상영관 앞에선 관람객을 잘 확인하지 않는 멀티플렉스의 허점 때문이다. 특히 청소년들은 조조할인 시간대를 노린다. 관객들이 적어 성공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멀티플렉스들은 관 타기가 불가능하단 말만 되풀이했다. L 멀티플렉스 체인 관계자는 "관타기란 용어 자체를 처음 들어본다"면서 "여기에선 직원들이 상영관 앞에서 관람객을 확인하고 있어 다른 상영관으로 쉽게 못 들어간다"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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