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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민주당, 단일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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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민주당, 단일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입력
2013.03.1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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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전국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유력 후보였다가 사퇴했던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출마했기 때문이다. 대선 날 한국을 떠나 82일 만인 지난 11일 귀국한 안 전 교수는 13일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

이 지역에는 안 전 교수 외에 진보정의당 김지선씨가 예비후보로 등록해 뛰고 있다. 김 예비후보는 지난달 '안기부 X파일' 공개로 유죄 판결을 받아 이 지역구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의 부인이다. 하지만 여당인 새누리당과 제1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아직 후보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안 전 교수를 이길 수 있는 인물을 찾으려 나서고 있지만, 민주당은 후보를 낼지 안낼지조차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기본적인 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것은 '야권 후보 단일화' 프레임 때문이다. 노원병은 지난해 4·11 총선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 지역이었다. 그래서 민주당은 지난 총선 때의 후보 단일화 합의가 이어져야 하는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민주당 내에선 지난 대선에서 후보 자리를 양보한 안 전 교수가 나섰는데 후보를 내는 것은 정치 도의상 예의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런 고민은 부질없어 보인다. 이미 안 전 교수가 출마했기 때문이다. 안 전 교수는 4·11 총선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의 주체가 아니었기 때문에 후보 단일화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민주당이 굳이 후보 단일화 연장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면 진보정의당, 통합진보당 등 당시 논의 주체들과 담판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안 전 교수는 귀국 날 후보 단일화에 대해 "정치공학적 접근을 하지 않겠다"고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단일화를 꼭 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또 대선 때 안 전 교수에게 진 빚을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갈팡질팡하는 것은 '선거에서 야권은 무조건 하나가 돼 이겨야 한다'는 오래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연 야권은 하나인가?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이념과 철학, 비전이 확연히 다르더라도 무조건 뭉쳐야 할까? 야권이 후보 단일화에 집착하는 것은 두 차례의 단일화를 통해 집권한 경험 때문일 것이다. 현재의 야권은 15대 대선 때의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16대 대선 때의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최근 18·19대 총선, 18대 대선에서 야권의 후보 단일화 전략은 실패했다. 몇 차례 반복되는 단일화 전략에 피로감이 쌓인 탓도 있지만 명분에 있어서도 유권자를 설득하는 힘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치 이념과 비전이 다른 정파가 오직 선거 승리를 위해 후보를 양보한다는 것은 정당 정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다만 군사 권위주의 정권이 오랜 기간 구축해온 구조적인 불균등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필요한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지금의 야권 세력은 이미 10년 간 국정을 운영했다.

정치권과 학계에선 후보 단일화의 우산을 쓰고 준비되지 않은 군소 정당이 지지율에 비해 과도한 의석을 얻는 민심 왜곡을 우려하는 지적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야권의 체질 저하다. 눈 앞의 선거 승리를 위해 외부의 힘을 빌리다 보면 내부 역량이 튼튼해질 수 없다. 민주당은 단일화 멍석을 펴는 순간 '제1야당 지지율+알파'의 득표력을 보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제3세력에게 밀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 보면 갈수록 제1야당 입지는 좁아지게 된다.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최근 '희망일기'에서 후보 단일화에 대해 "이제 이조차 식상하다. 단일화도 야권연대도 갈수록 감동이 떨어진다. 감동 체감(感動遞減)의 법칙은 나만의 생각인가"라고 토로했다. 후보 단일화는 멀지 않아 용도 폐기돼 정치 박물관에 가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제1 야당으로서 노원병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 장기적인 체질 강화에 나서야 한다.

김동국 정치부 차장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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