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에서 자살한 고교생 최모(15)군이 청도의 한 고교에 진학하고도 학교폭력에 시달렸다는 친구들의 진술이 나왔다. 경찰은 최군이 중ㆍ고교로 이어진 끊임없는 학교폭력에 절망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14일 "최군의 중ㆍ고교 동기 16명을 상대로 설명조사 등을 한 결과 최군이 이달 6일이나 7일 오후 9시쯤 청도의 고교 기숙사 방에서 같은 방을 쓰는 P(15)군으로부터 발로 배를 걷어차이는 폭행을 당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지금까지 거론된 학교폭력 피해자는 모두 8명"이라고 밝혔다.
최군의 중ㆍ고교 동기인 P군은 유서에 밝히지 않은 학생으로 폭행에 가담한 가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최군은 이달 5∼8일 기숙사에 있다 귀가한 후 11일 "기숙사에 못 있겠다. 앞으로 집에서 통학하겠다"고 말한 뒤 집을 나간 뒤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최군의 누나(20)도 "동생이 최근 쉬는 시간에 교실에서도 맞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미뤄 고교 진학 후에도 학교폭력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최군은 또 중학교 2학년인 2011년 7월 교실에서 유서에 가해자로 지목한 G군(15)의 강요에 따라 바지를 벗고 성기를 내보였다는 진술도 나왔다. 남녀공학인 이 교실에는 당시 여학생은 없고 남학생만 수명이 이를 목격했다는 것이다. 중학교 때 속칭 '짱'으로 통한 G군과 가해자로 지목된 B군 등 2명은 최군과 같은 고교에 진학, 같은 반까지 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최군이 다닌 J중학교는 2학년 여름 담임교사가 폭행 사실을 일부 알았으나 학교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최군의 유서에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 5명과 P군을 15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날 오후 김동연 국무총리실장 주재로 학교폭력 관계부처 긴급 차관회의를 열어 전국의 모든 학교에 단계적으로 고화질 CCTV를 설치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전국 각 학교의 CCTV 설치ㆍ운영 상황과 외부인 출입관리 상황 실태를 집중점검하고 학교 근처 우범 지역에 100만 화소급 CCTV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학교폭력 취약지역 학교의 CCTV는 전문 모니터링 요원이 있는 시ㆍ군ㆍ구 통합관제센터가 관리하도록 할 방침이다.
경찰도 학기 초 집중적으로 결성되는 일진과 폭력 서클에 대해 중점 단속하고 상습ㆍ보복폭행 등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강력사건에 준해 처리하기로 했다. 또 2013학년도 학교폭력 1차 실태조사에서 심각한 피해 응답이 나오면 경찰과 교육당국이 공동으로 조사해 조치할 예정이다. 전국에 있는 5개 국립정신병원에는 학교폭력 전문치료센터와 학교폭력 가ㆍ피해자 치료지원센터를 만들기로 했다.
경산=전준호기자 jhjun@hk.co.kr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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