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신의 지역구 지방의원으로부터 고액의 정치 후원금을 받는 사례가 여전히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빈축을 사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4일 공개한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에 따르면 여야 지역구 의원 10여명은 자신의 지역구 지방의원으로부터 고액의 후원금을 받았다.
새누리당 김영우(경기 포천·연천) 의원은 김광철(연천) 경기도의원과 김규선 연천군수에게서 각각 500만원씩 받은 것을 비롯해 7명의 지역구 지방의원으로부터 2,832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같은 당 김도읍 정수성 의원과 지난달 의원직을 상실한 김근태 전 의원도 지역구 지방의원으로부터 400만~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민주통합당에서는 추미애(서울 광진을) 이인영(서울 구로갑) 의원이 지역구 지방의원으로부터 각각 500만원씩 후원 받았다. 같은 당 신계륜 문병호 오영식 의원 등도 지역구 지방의원에게서 각각 400만~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고, 진보정의당 심상정(경기 고양덕양갑) 의원은 한 고양시의원으로부터 490만원을 받았다.
기업체 관계자들의 후원도 적지 않았다.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이자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부인인 노소영씨로부터 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김 의원은 "자원봉사 모임에서 한번 만났던 노씨가 후원금을 보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류지영 의원은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과 그 장남인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에게서 각각 500만원을 받았다. 경남 진주 출신인 손길승 SK 명예회장은 새누리당 여상규 김재경 박대출 의원 등 경남 지역 의원들에게 500만원씩 냈다. 민주당 김성곤 의원은 홍석조 보광훼미리마트 회장으로부터, 풀무원 창업주 아들인 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이규석 풀무원생활건강 사장에게서 각각 500만원을 받았다.
동료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내는 '품앗이 기부'도 적지 않았다.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은 서상기 이학재 김태원 의원 등에게 100만~500만원의 후원금을 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를 이어 받은 서용교 의원과 자신의 보좌관이었던 이헌승 의원에게 각각 500만원을 냈다. 새누리당 이재오 박상은 김장실 의원은 각각 500만원을 자신에게 후원하는 '셀프 기부'를 하기도 했다. 이들은 "후원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았는데 정치자금을 써야 하는 경우에는 내 돈으로 먼저 후원금을 채워 놓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원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 '묻지마 기부'도 상당수에 달했다. 300만원을 초과하는 고액 기부횟수 3,296건 가운데 직업 미기재는 138건이었고, 생년월일과 주소 미기재는 각각 24건과 20건이었다. 1,000만원 이상 고액 기부자는 733명에 달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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