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은행장을 했다는 게 지금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됩니까."
옛 서울은행장 출신으로 행장을 3번이나 연임했던 김기선(69)씨는 벌써 13년째 택시 기사로 일하고 있다. 40년간 금융인으로 살았던 그가 임기를 남겨둔 채 돌연 CEO 자리를 버리고 13년 째 택시운전을 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은행을 다닐 때부터 나이 예순이 되면 택시기사가 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던 그는 굳이 힘든 일을 하지 않고 편하게 노후를 보내면 되지 않느냐고 걱정하는 아내와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당당히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
KBS 1TV가 15일 밤 10시에 방송하는 '강연100℃'에서는 금융회사 CEO 출신으로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는 김씨가 '세 가지를 버려라'라는 주제로 자신의 인생 이모작 도전 경험을 들려준다. 그는 "남의 시선과 나이, 체면 이 세 가지만 버리면 일자리는 얼마든지 있다"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 그에게도 고통과 시련은 있었다. 베테랑 CEO에서 초보 택시기사로 변신한 그는 미터기를 켜지도 않고 장거리를 운행하거나, 길을 잘 못 찾아 허둥거리는 등 실수투성이 시절을 거쳐야 했다. 술에 취해 바닥에 가래침을 뱉는 진상 손님을 만났을 때는 지치기도 했고, 자식 같은 아이들에게 무시를 당하고 구박을 받을 때에는 속상해서 눈물 나기도 했다. 하지만 매일 12시간씩 3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운전해 그는 개인택시 자격을 얻었다. "퇴직한 노인들이 불행한 건'내가 사회의 폐기물'이라는 좌절감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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