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요녀'의 대명사로 불려온 '장희빈' 역을 맡은 역대 여배우들 계보는 화려하다. 배우 김지미를 시작으로 남정임, 윤여정, 이미숙, 전인화, 정선경, 김혜수, 이소연이 이 역할을 거쳐갔다. 11일 경기도 일산 SBS 제작센터에서 만난 배우 김태희(33)는 9번째로 이 역할을 소화하게 된 부담감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기존의 대 선배님이 완벽한 '장희빈'을 연기 하셨기 때문에 부담감이 커요. 만약 그분들이 연기한 장희빈이라면 저는 이번 역할에 감히 도전장을 내밀지 못했을 거에요."
이런 부담감뿐만 아니라 '사극 울렁증'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2000년 CF 모델로 데뷔 한 이후 13년째 배우로 활동하며 처음으로 사극 연기에 도전한 그는 "사극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꾸준히 끝까지 본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대본을 봐도 이해가 잘 안 가고 어려운 말이 너무 많이 나와서 제 스스로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봐서 전에 사극 제의가 들어와도 다 거절했었어요."
덕분에 지금도 익숙지 않는 사극 연기 톤을 선배 연기자와 연출자들에게 배우며 촬영에 임하고 있다. 그런 그가 이번 배역을 맡게 된 이유는 장희빈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원작이 된 최정미의'장희빈, 사랑에 살다'는 소설을 읽어 봤는데 기존의 표독스럽고 악독한 이미지는 찾아보기 어려웠어요. 대신 천출 소생이지만 조선시대 일종의 패션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는 침방 나인으로 재능을 인정 받고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용감한 여자 '장옥정'의 삶을 전체적으로 조명해 놨는데 여기에 매력을 느꼈어요."
그는 상대 배역인 '숙종'역할에 캐스팅 된 여섯 살 연하인 배우 유아인에 대해서는 "영화 '완득이'에서 감동을 받아서 계속 주의 깊게 살펴보던 배우였다"며 "연기 호흡을 잘 맞출 수 있도록 잘 리드해야 하는데 연하 배우랑 연기한 경험이 부족해서 잘 모르겠다"고 쑥스러워했다. 또 공개적으로 교제 사실을 인정한 가수 비에 대해서는 "드라마 시작 직전 사실이 보도돼 드라마에 영향을 줄 까봐 제작진에게 미안했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잘 될 거다. 열심히 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거다'라고 희망적으로 이야길 해줬다"고 밝혔다.
어느덧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 이른 그는 드라마 '장옥정'을 통해 배우로서 더 발전하고 싶다는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저도 이제 적은 나이가 아니고 이 정도면 무르익어야 하고 이미 절정기를 넘어 서야 하는데 아직 저는 제 인생의 절정기가 오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전 작품과는 다른 자세로 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직 더 발전하고 싶어요."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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