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럽 출신 교황 프란치스코는 추문으로 얼룩진 바티칸의 수장으로서 제 역할을 잘 해낼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전통 교리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전임 베네딕토 16세와 비슷하지만 사회개혁에 앞장서온 만큼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빈자들의 아버지
새 교황은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 철도 노동자 부모의 5남매 중 한 명으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났다. 산미겔 산호세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신학생들을 대상으로 철학과 문학을 가르쳤다. 1969년 사제서품을 받은 그는 주로 아르헨티나에서 사목활동을 했다. 독일과 칠레 등에서 인문학, 철학 등을 두루 공부했으며 독일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에 능통하다. 199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를 역임한 후 3년 뒤 추기경으로 임명됐다.
그는 소박한 삶을 추구하며 빈자들을 돌봤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추기경 관저에서 살지 않고 시내 중심가의 작은 아파트에서 생활했다. 전용 차량을 마다한 채 털털거리는 버스를 이용했고 요리를 직접 했으며 옷도 수선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빈민가에서 어려운 이들을 도와 '빈자들의 아버지'라고 불리기도 했다.
'진자의 법칙' 적용은 애매
그는 동성결혼과 낙태 및 피임 등에 비판적이어서 교리적으로는 전임 베네딕토 16세와 비슷하다. 하지만 사회 개혁을 요구하는 등 사회 문제에서는 진보적 태도를 보였다. 2007년 라틴아메리카 주교단회의에서 그는 "우리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곳에서 살고 있다"며 "높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빈곤의 고통은 가장 더디게 줄어들고 있다"고 불평등을 지적했다. 교리에서는 보수적이고 사회 문제에서는 진보적이기 때문에, 전임 교황과 다른 성향의 인물이 교황으로 뽑힌다는 '진자의 법칙'을 그에게 적용하기는 다소 애매하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과는 다소 불편한 관계를 보이고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2010년 동성결혼 합법화와 낙태수술 허용 법안을 추진하자 대선과 총선에서 야권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혀 갈등을 빚었다. 지난해에는 "아르헨티나가 전체주의와 부패에 빠져 있다"며 정치인들을 비판했다.
군사정권에 침묵 논란
새 교황이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이 1976년부터 3년여간 민주세력을 무자비하게 탄압한 '더러운 전쟁' 시기에 소극적 자세를 보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당시 예수회를 이끌던 그는 "비정치화를 견지하라"는 지침을 사제들에게 내리며 현실에 침묵했다. 예수회 소속 수도사가 군부에 체포되는 것을 묵인하고 군부에 의한 피해자를 도와야 한다는 예수회 본부의 권고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주교단이 지난해 10월 독재체제에 소극적이었던 교회의 과오를 사과하는 공동성명을 낼 때 참가하기도 했다.
건강 이상 염려
교황 프란치스코는 전임 베네딕토 16세의 2005년 즉위 당시 나이(78)보다 겨우 두 살 적다. 즉위 나이 기준으로 보면 역대 교황 266명 중 아홉번째로 많다. 10대 때 폐 한쪽을 떼어내는 수술을 받은 것도 향후 건강에 대한 염려를 부른다. 구체적 수술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당시 항생제 사용이 일반화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핵, 백일해 합병증, 폐렴, 선천적인 폐 결함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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