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002년 칠레와 최초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한 이후 올해 현재까지 미국을 비롯한 47개국과 10개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되었던 한미 FTA가 지난해 3월 15일에 발효, 오늘로 1년이 된다. 경제·사회·문화 각 분야에 한미 FTA가 미친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 중에서 특히 농업 분야는 관심의 초점이 피해 상황에 모아진다.
물론 한미 FTA가 발효된 지 1년이 된 현 시점에서 FTA의 영향을 평가하는 것은 때 이른 감이 있다. 그러나 최대 피해 산업으로 예상된 농축산물 시장의 파급영향을 살펴봄으로써 향후 더 나은 대응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우리나라 수출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서도 지난 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대미 수출은 2.67% 늘었고 수입은 7.35% 감소하였다. 기대했던 것만큼 수출은 증가하지 않았고, 수입은 우려했던 것보다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좀 더 최근 자료를 보면, 한미 FTA 발효 후 약 1년 동안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액은 59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 기간 대비 16.8% 감소하였다. FTA에도 불구하고 전년보다 미국으로부터의 농축산물 수입이 줄어든 것이다.
그 이유로는 우선 북미지역의 기상이변으로 미국의 곡물 생산과 수출이 급감한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구제역 여파로 축산물 수입이 급증했던 2011년과 달리 국내 축산부문의 공급 과잉과 가격하락으로 육류수입이 크게 감소한 것도 큰 원인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초 미국의 광우병(BSE) 발생은 2008년 6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 이후 급증하던 수입 증가 추세도 둔화시켰다. 돼지고기의 경우 한ㆍEU FTA가 동시에 이행되면서 EU산과의 경쟁심화도 미국산 수입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사료용이나 가공용으로 주로 수입되고 있는 곡물 부문도 피해가 적었다.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정 결과에 따라 이미 수입 관세가 낮을 뿐만 아니라 국내 소비량에 근접한 규모를 관세할당물량(TRQ)으로 수입해 왔기 때문에 FTA 이행으로 추가적인 수입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FTA 발효 이후 수입이 크게 증가한 품목은 밀, 오렌지, 체리, 포도, 아몬드, 호도 등이다. FTA 이행으로 수입과일의 가격경쟁력이 제고되면서 해당 수입시기에 출하되는 국산 과일ㆍ과채의 소비량과 시장가격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4월 실시한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렌지(체리) 구입을 늘리는 대신 국산 과일과 과채의 소비를 줄였다고 응답한 사람은 국내 소비자의 각각 24%와 9%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 과일을 오렌지로 대체하였다는 소비자들은 오렌지 구입 대신에 딸기, 감귤, 만감류, 사과, 방울토마토, 바나나, 참외 순으로 지출을 줄인 것이다. 축산물과 그 가공품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급과잉의 현재의 국내시장여건이 변화하면 상당한 영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리하자면 한미 FTA가 우리 농업에 미친 영향은 우려만큼 크지 않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한미 FTA 이후 변화된 환경은 우리에게 장기 레이스를 준비하는 마음가짐과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당장 큰 피해가 없다고 안도할 것이 아니라, 우리 농업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제고에 국가적인 차원의 역량을 더욱 결집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일부 과일·과채류 등의 피해 상황에 대한 단기적인 대응도 적절히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는 1년 동안의 성적표를 토대로 품목별 단기적 피해보전 장치를 보완적으로 운용하는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제대로 된 경쟁력 제고 방안과 피해대책이 조화를 이루면서 우리 농업이 수출 경쟁력이 있는 6차 산업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노재선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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