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를 내세우며 출시 이후 18조원을 끌어 모은 KDB다이렉트 상품이 강만수 KDB산은지주 회장의 '과욕'이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수출입은행과 한국거래소는 중소기업 지원과 주가조작 철퇴를 강조하는 새 정부의 경제운용방향에 역행한 것으로 평가됐다.
감사원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거래소 등 금융공기업 경영관리 실태 전반을 점검한 결과 기관 운영에 상당한 문제점이 발견돼 개선을 요구했다고 14일 밝혔다.
우선 감사원은 산업은행에 대해 전반적으로 경영이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신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다이렉트 예금 상품 등을 출시하면서 건전성 관리에 미흡했다고 꼬집었다. 감사원은 연3.5%의 이자로 고객을 유치한 다이렉트 예금의 경우 필수비용(예금자보험료 지급준비금)을 감안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금껏 강 회장이 강조해 온 '점포 운영비용을 줄여 개인고객들에게 고금리를 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 감사원은 "실제 영업점을 통한 실명 확인 비율이 70%를 넘는다"고 반박했다. 금리설정 및 손익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다이렉트 예금의 손실규모는 작년 9월말 기준으로 244억원에 이르고, 올해 말까지 1,094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이렉트 상품은 강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대표 상품이라는 점에서 감사원의 지적으로 그의 리더십이 큰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또 2011년 당기순이익 1,061억원을 과다 계상해 과대 포장된 실적을 바탕으로 임직원에게 최대 41억원의 성과급을 더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출입은행과 한국거래소는 각각 수출중소기업에 지원을 끊어 자금난을 야기하고 주가조작 방지를 위한 지도감독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은 수은의 경우 관리가 곤란하고 사후책임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중소기업에 대한 네트워크대출, 특례신용대출을 폐지ㆍ축소했다고 지적했다. 수은은 중소기업에 네트워크대출을 통해 2009년 3조원을 지원했으나 2011년 폐지했고, 담보가 없는 중소기업을 위한 특례신용대출은 2010년 2,000억원에서 2011년 905억원으로 절반 이상 축소했다. 그 결과 수은의 여신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28.4%에서 매년 줄어 작년 7월에는 18.4%로 줄었다.
한국거래소는 공시정보 사전검토 및 미공개 공시정보 관리 등에서 운영이 적절하지 못해 공시정보의 사전 유출 등으로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 공시정보의 사전검토의 경우 공시까지 18일이나 걸려 그 동안 기업의 주가가 17% 상승하는 등 공시내용 사전유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또 거래소가 공시업무와 무관한 부서도 미공개 공시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허용해 코스닥 시장운영부서 직원이 이를 지인에게 알려 줘 20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얻기도 했다.
이밖에 감사원은 수은을 포함한 무역보험공사, 정책금융공사 등 수출지원 금융기관들의 업무 중복 및 비효율을 지적하고 국무총리실장에 기능 재조정 방안 마련을 통보했다. 또 금융위원회에는 금융공기업들 경영 성과가 부풀려 평가돼 기관장들의 성과급이 과도하게 지급됐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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