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법원이 지적능력 결함으로 후견인을 지정한 성년의 선거권을 박탈하는 현행 공직선거법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우리나라도 7월 성년후견인 제도 도입을 앞두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도쿄 지방재판소는 14일 다운증후군 장애를 가진 나고야 다쿠미(名児耶匠ㆍ여ㆍ50)가 “성년후견인을 지정했다는 이유로 선거권을 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조즈카 마코토(定塚誠) 재판장은 “피후견인이라 해서 선거권을 행사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일률적으로 선거권을 뺏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제약’이라는 정부의 주장도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조즈카 재판장은 판결 직후 원고의 이름을 부른 뒤 “부디 선거권을 행사해 사회에 참여하면서 당당하게 행복한 삶을 살아달라”고 격려했다.
성년후견인제도는 노령 질병 장애 등 지적능력의 결함으로 일상 업무 처리가 어려운 성년에 대해 피후견인이나 가정법원이 후견인을 선임, 신상보호와 재산관리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으로, 일본은 2000년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 정부는 이 과정에서 “성년후견인을 둔 성인의 판단능력을 개별적으로 심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후견인을 두는 모든 성년에게 일률적으로 선거권을 제한했다. 일본의 성년피후견인은 13만6,000명 가량이다.
나고야는 성년이 된 이후 줄곧 각종 투표에 참여해왔으나 2007년 2월 아버지(81)를 성년후견인으로 지정한 이후부터 투표권을 박탈당하자 2011년 2월 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내용의 소송이 삿포로 사이타마 교토 등 3개 지방재판소에서도 진행되고 있어 향후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판결에 대해 “피후견인이 정책을 이해하고 의원을 선택하는 능력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후견인을 통한 부정투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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