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에 한만수 이화여대 교수가 내정된 건 경제민주화의 진전에 기회가 될 수도, 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한 내정자는 대형 로펌인 김앤장 등에서 20여 년간 변호사로 활동한 세법 전문가로, 상임 공직을 맡은 경험이 전혀 없다. 민간 전문가로서 공정위에 새 바람을 일으키며 오히려 힘 있게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 동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반면, 기업 편에 섰던 변호사 경력 등이 엄중한 공익을 관철해 내는데 장애로 작용한다면 매우 실망스런 결과를 낳을 것이다.
관료 출신인 김동수 전 공정위원장은 요란스럽지는 않았지만 공정경제질서 정착을 위해 적절한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본다. 관료다운 현실감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기민하게 포착해 무리 없이 추진했다. 대ㆍ중소기업 간 동반성장협약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한편, 구체적인 사례 적발을 통해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관행 개선에도 성과를 냈다. 대형 유통업체 판매수수료 인하나, 스마트컨슈머 시스템 구축 등도 평이 좋았다.
새 공정위원장은 여기서 더 나아가야 한다.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후퇴 조짐을 비판했던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도 "공정위만 제대로 해도 경제민주화의 대부분은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했을 정도로 공정위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다. 당장 청와대는 대기업 불공정행위에 대한 과징금 강화 및 금융ㆍ보험사의 계열사 의결권 제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 담합 등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및 일감몰아주기에 따른 부당이익 환수 등도 공정거래법 개정 등을 통해 강력히 추진돼야 한다.
일각에선 한 내정자를 두고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불공정행위를 단속해야 할 공정위 수장에 20년 이상 대기업을 변호해온 인물을 지명한 건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면, 과거의 직무에 굳이 시비를 걸 이유는 없다고 본다. 다만 내정자는 기왕 공직행을 결심을 한 만큼 공정경제, 경제민주화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임을 철저히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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