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과 같은 학기 초가 되니, 초등학교 시절 학급임원을 선출하던 일이 기억난다. 반장, 부반장, 총무, 미화부장 등, 그 중에는 오락부장이라는 직책이 있었다. 오락부장은 그야말로 학급의 오락을 담당하는 역할이었는데, 학급 오락시간이나 봄 소풍, 가을 운동회 같은 자리에서 즐거움을 주도하는 것이 주된 일이었다.
당시 오락부장은 교우관계가 원만하고, 주변사람을 즐겁게 해주며, 웃음을 잃지 않는 친구가 담당을 했다. 그 친구는 강압적이지 않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친구였다. 우울하거나 강압적인 분위기에서는 오락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성적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오락부장은 주변 친구들에 대해 늘 관심이 많았다. 누구는 노래를 잘하고 누구는 춤을 잘 추는 등, 친구들의 재능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누구는 누구와 며칠 전에 다투었고 누구는 누구와 집이 가까워 친하게 지내고 있다는 등, 관계에 대한 관심까지 그야말로 오지랖이 넓었다.
그리고 엉뚱한 듯 기발한 발상으로 좌중을 웃기고 창조적인 생각을 했으며, 따듯한 마음가짐은 필수였다. 누구나 소외되지 않고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주변을 살피고 마음을 쓰는 것이 중요했다. 이런 오락부장이 필요한 이유는 오락을 통해 친구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결국 행복한 학교생활을 만들어가기 위한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기업의 경우에도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은 2006년 이후 지금까지 4차례나 미국 내 최고 직장 100군데 중 1위로 인터넷 업체인 구글을 선정했다.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구글의 본사 즉 '구글 캠퍼스'에는 회사 내에 무료로 제공되는 20여 개의 식당을 비롯하여, 무료 카페테리아, 파도가 치는 소형 풀장 등으로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기업의 이러한 노력들은 구성원의 행복감을 높이고 업무의 효율을 높여 결국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자 함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주변 동료와의 관계 속에서 즐거움을 찾게 만드는 것이다. 동료들과 같이 수다를 떨거나 놀이를 즐기거나 운동을 하며 즐거움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 마치 초등학교 시절 오락시간을 함께 보내고 나면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아지고 학급 분위기도 한결 좋아지는 것과 같다.
우리 기업과 관공서를 비롯하여 대한민국의 모든 직장에 오락부장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그 오락부장은 구성원 각각의 취미와 취향을 고려하여 다양한 이벤트와 즐거움을 만드는 것이다. 정해 놓은 회식자리에 마지못해 참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의견이 반영되어 스스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오락부장은 인간성이 좋아야 함은 기본이고, 집단 구성원들의 관심사를 세심하게 살펴야 하고, 구성원들이 휴식을 위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지 치밀하게 계획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오락부장은 우리 사회의 유행에도 민감해야 하고 문화 예술 체육 등 다방면에 식견이 있는 전문가여야 한다.
회사에 이런 전문가를 두고 있는가 생각해 본다. 아니 우리 사회는 이러한 전문가의 중요성을 인식은 하고 있는지 말이다. 아주 가끔씩 대충 상사의 지시로 영화 단체관람을 하고 생일 케이크를 돌리는 일로 복지와 오락이 이루어졌다고 믿으면 오산이다. 제대로 놀거나 휴식하지 못하여 스트레스가 쌓이고 결국 발전에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 반장만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오락부장이 해왔던 행복을 만들어 내기 위한 창조적인 과정들은 과소평가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락부장이 만들어 주는 웃음으로 활력을 얻고, 즐거움 속에서 휴식할 수 있었고 그 휴식으로 인하여 더욱 많은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우리 주변의 많은 곳에 오락부장이 있어서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즐거움과 휴식을 찾고 그로 인해 행복해지는 사회를 꿈꾸어 본다.
안진의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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